▲ 조화벽 지사 유품 기증전이 열리고 있는 국립여성사전시관.

경기도 고양시 정부고양지방합동청사에는 조금 낯선 이름의 전시관이 있다. ‘국립여성사전시관’이 그 주인공.

지난 2002년 개관한 전시관은 양성평등역사문화의식의 확산을 위해 우리나라 여성들의 역사와 문화를 한 자리에 모아 소개하고, 누락된 여성의 삶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여성의 역사만을 전시하는 국내 유일한 전시관인 이곳은 단순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강연과 교육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 전시관의 존재는 양성평등의식과 여성사 인식 확산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자긍심을 갖고 진취적으로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격려, 그 자체다.

상설전시실은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전시물과 업적 소개를 통해 여성사의 흐름을 알려준다.

신라시대 선덕여왕부터 세계평화 운동을 주도하는 20세기 여성에 이르기까지 여성사의 변화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다. 2층의 기획전시실은 새로 발굴한 역사적 인물을 소개하거나 여성의 사회진출 등 깊이 있는 여성사 탐구의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달 10일부터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광복 71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 조화벽 지사의 유품 기증전을 열고 있다. 조화벽 지사는 강원지역에서 3·1운동의 불씨를 당기고 일제에 항거한 대표적 독립운동가이자 류관순 열사의 올케다.

조 지사의 맏며느리 김정애 여사가 개인적으로 보관해 오던 것을 국립여성사전시관에 기증한 덕분에 누구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지만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유품 91점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조 지사는 개성 호수돈 여학교 재학 당시 비밀결사대 일원으로 활동하며 개성만세운동을 주도했다. 휴교령이 내려져 귀향하면서 독립선언서 한 장을 버선에 숨겨 가죽가방에 담아 양양으로 돌아와 선언서와 태극기를 제작해 군민들에게 배포했고 강원도 양양 지역 만세운동의 불씨를 일으킨 인물이다.

▲ 남편 류우석 지사가 독립운동 했을 때 착용했던 조끼.

류관순 열사의 친 오빠인 류우석 지사와 결혼한 그는 훗날 아버지와 양양에서 ‘정명학원’을 설립하고 가난으로 인해 정규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 교육에 헌신하고 농촌계몽활동에도 힘쓰는 등 1945년 광복 후에도 봉사와 교육활동을 계속하는 등 생을 마감할 때까지 조국을 향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 1919년 3·1운동 당시 양양으로 독립선언서를 운반했던 조화벽 지사의 가죽가방.

 

독립선언서 운반했던 가죽가방 공개

특히 이번 전시회는 조 지사의 결혼 이전 독립운동기, 결혼 후 개성과 원산에서 독립운동기, 해방 이후 정릉에서 활동과 생활기 등으로 나눠 구성됐다.

1부 전시에서는 조 지사의 독립운동을 상세히 소개한다. 1919년 3·1운동 당시 양양으로 독립선언서를 운반했던 조 지사의 가죽가방, 당시 그려진 태극기, 호수돈 여학교에서의 생활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는 조 지사의 남편인 류우석 지사의 유품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1933년 항일운동으로 단천에서 구금, 1934년 설악회를 조직하고 활동하다가 양양에서 체포됐으며 1937년에는 강릉에서 체포당해 7번이나 모진 고문을 당했던 류 지사가 전국을 다니며 독립운동을 하던 시절의 의류, 가죽가방, 만년필 등을 만날 수 있다.

2부 전시에서는 조 지사의 생활상을 담아내 근대 우리나라 여성의 삶을 만날 수 있다. 그가 생전 입었던 옷가지, 인두와 칠기 등 생활용품, 정명학원 졸업사진, 배화여고 재직 당시 받은 은수저 등에서 생전 그가 류씨 집안의 대들보로써 살아왔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곳에서는 우리 근대사를 관통하며 살아왔던 그의 삶과 나라사랑의 정신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국립여성사전시관 11월 10일까지. 서울 지하철 3호선 화정역 4번 출구 도보 5분. 무료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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