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20세기를 미술의 황금시대라 한다. 20세기에는 세계적으로 걸출한 작가들이 배출됐다. 그중에서도 20세기 미술을 가장 화려하게 꽃피웠다고 평가받는 거장 3인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다.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펼치며 근현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사랑받는 화가 샤갈, 달리, 뷔페. 이들 3인의 예술적 성취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인 마르크 샤갈, 초현실주의의 대가이자 다양한 상업미술을 이끌어냈던 살바도르 달리, 약관 20세에 프랑스 최고 미술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베르나르 뷔페가 삶의 난관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예술로 빚어낸 작품들이 이번에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색채의 마술사, 샤갈

▲ 샤갈, 신랑신부, 1979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우리를 맞는 것은 마르크 샤갈이다. 유화, 판화 등 42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샤갈은 ‘색채의 마술사’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며 20세기 화가들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다. 생명력 넘치는 파스텔톤의 색채, 삶을 긍정적으로 표현한 밝고 아름다운 화풍으로 유명하다.

특정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평생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았던 샤갈의 정체성은 어떤 화풍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이를 뛰어넘어 샤갈만의 독자적 화풍을 구성했다.

그의 작품에는 꽃과 동물, 시골마을의 풍속, 신부, 연인 등 일상의 소재들이 자유로운 형태로 등장하며 사랑의 기쁨을 노래한다. 스승인 레온 바크스트가 ‘색채가 노래를 부른다’고 표현할 만큼 생명력 넘치는 밝은 색채는 삶에 대한 긍정과 환희를 보여준다.

그는 다국적으로 뒤섞인 자신의 삶을 작품속에서 표현하며 보편적 주제를 독창적인 미학으로 그려내며 시대의 유행을 뛰어넘는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다.

 

광기를 통제한 거장, 달리

▲ 달리, 승리의 코끼리, 1975

화려하고 따스한 샤갈을 지나면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57점이 기다리고 있다. 달리는 그의 독특한 행동이나 난해한 작품, 상업적 활동에 대한 선입견으로 인해 예술가로서의 성취가 과소평가된 면이 있다.

달리는 당대가 ‘미술’이라고 정해놓은 틀에 머물지 않았다. 미술에서 파생 가능한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쳤고,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예술을 끝없이 새롭게 규정했다. 그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경이로운 창의성과 한계 없는 혁신이다.

그는 녹아 흘러내리는 시계, 둥근 알, 우주코끼리, 유니콘 등의 비현실적 이미지들로 그만의 무의식의 세계를 구축하며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초현실주의 미술의 대가였던 그는 프로이트 심리학을 회화에 적용했고 공예, 디자인, 영화 등 미술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파리의 이단아, 뷔페

▲ 뷔페, 물방울 무늬 넥타이를 멘 광대, 1978

전시의 마지막 주자는 베르나르 뷔페다. 판화와 유화 29점이 전시됐다. 뷔페는 미술이 현실을 가감 없이 그림으로써 시대를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하나같이 거칠고 날카로운 선으로 삭막하고 쓸쓸한 풍경과 창백하고 바짝 마른 인물들이다.

우울하고 어두운 작품세계와는 달리 뷔페는 이른 나이부터 작가로서 더없는 성공을 거뒀다. 당시 뷔페는 피카소와 견줄 만큼 명성이 드높았다.

그의 작품들은 고급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드로잉, 거칠고 여윈 선, 생동감 없는 색상, 침묵과 단절을 의미하는 냉랭한 정물, 초점 없이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인물들은 전후 프랑스의 분위기와 그대로 닮았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뷔페가 평생 추구하던 구상회화가 쇠퇴했으나 그는 흔들림 없이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유지하며 묵묵히 창작활동을 계속했다. 반짝 빛나는 천재성과 눈에 보이는 성공에 열광하는 현대의 우리는 그를 통해 진정한 예술과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되돌아 볼 수 있다.

서울 예술의 전당 내 한가람미술관 9월 25일까지.

입장료 성인 13,000원, 국가유공자증 소지자 본인에 한해 8,000원.

저작권자 © 나라사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