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겨울 어느 날 전화벨이 울렸다. 남편의 훈장 6개중 2개가 육군본부에 보관돼 있었는데 가족들에게 전달하겠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긴 세월 언제나 그리워하던 남편이 떠올라 눈물이 앞을 가려왔다.
전달식 아침, 한 여군이 문 앞까지 와서 정중하게 안내했다. 밖에는 군용차가 대기하고 있다가 나를 태우고 부대로 출발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안내 군인들을 따라 계단을 내려가는데 장엄한 관경이 내 앞에 펼쳐졌다.
사단 전체의 사열, 각 잡힌 기수들의 오차 없는 움직임, 길게 하늘을 찌를 듯이 올라간 모자를 쓴 군악대의 연주…. 그 순간 군인으로 살다 군인으로 떠난 짧은 인생을 산 남편과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어느새 사열대까지 도착해 사단장에게 훈장과 대통령께서 하사한 손목시계를 받았고 차에 올라탔다. 우리는 군인들의 도열을 받으며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았다. 눈물이 쏟아졌다. 이들 군인들 가운데 그리던 남편이 있을 것만 같았다.
이 훌륭하고 장한 모습을 자식, 손자들에게 알렸어야 했는데…. 함께 오지 못한 것이 후회됐다. 아버지, 할아버지가 이런 분이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아이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며 감격했을까?
집에 도착하자마자 소중하게 보관해왔던 남편의 사진과 함께 찍은 추억의 사진들 옆에 훈장을 진열했다. 자식들을 키우고 결혼시키고 손자들까지 보면서 아버지 정도 모르고 자라온 자식들이 불쌍하기 그지 없었는데, 그날 이후 나는 자신있게 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아버지는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군인이었다”고.
경기도 고양시 진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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