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모습을 통해 김정은 체제를 진단하고 북한의 실상을 바로 아는 것은 바람직한 남북관계를 생각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우리는 북핵 문제로 인한 대북제재 이후 변화된 북한의 모습에서 남북관계를 전망하고 통일 가능성을 진단해 올바른 대북정책의 개념을 세워야 한다.

지난 5월 9일 북한은 노동당 7차 당대회를 개최했는데 이는 1980년 김일성 체제에서 6차 당대회가 열린 이후 36년 만에 열린 것이다. 당이 국가보다 상위 권력기관인 북한에서 당대회가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7차 당대회, 풀뿌리 자본주의의 성장

이번 7차 당대회의 핵심 키워드는 김정은·핵·노동당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먼저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을 승계한다고 천명하고, 당 위원장으로 추대함으로써 유일영도체계를 갖추고 정통성을 확보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당 규약에 핵보유국을 명시하고 경제안정과 핵무장 노선이 북한이 나아갈 길임을 분명히 했다.

이것은 당의 세력을 키우고 핵무기로 국가 안보를 챙김과 동시에 김정은 중심체제를 구축해 김정은 시대를 이끌어가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준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목표의식 설정은 북한의 실상과 괴리감을 보이는 것이다. 우선 경제적인 면에서 봤을 때, 북한은 풀뿌리 자본주의가 성장하며 시장체제가 서서히 자리 잡혀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시장을 통한 생존 시스템이 작동되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현재 북한은 비인가 시장까지 합쳐 2,000여 개에 달하는 시장이 존재하고 있고, 최근의 탈북자들을 보면 장사를 경험한 사람이 4명 중 1명일 정도로 수요와 공급 법칙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최근 국경 지역에 살던 회령 지역 주민 254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를 보면, 주요 생계 수단으로 장사 35%, 농사 13%, 가내수공업 12%, 임금노동자 12%, 뇌물 10%, 가축사육 7%, 가내서비스 7%, 송금 4%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이는 문제점인 ‘양극화’도 등장한 것으로 확인된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북한은 ‘돈주(돈의 주인)’라 불리는 신흥부유층과 절대적 빈곤층의 격차가 18배가 넘는 것으로 분석된다. 돈주는 자본주의 시장체제에 빠르게 적응한 사람들이다.

군사적인 측면의 경우도 객관적 상황을 보아야 한다. 북한은 최근 핵과 미사일, 사이버 능력을 고도화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핵 실험과 미사일 발포 실험을 꾸준히 강행함으로써 대외적으로 기선을 제압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들어 미군을 철수시키라는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 체결도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없으나 우리가 요구하는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관철되고 북한체제의 변화가 선행돼야 가능한 얘기다.

대내적으로도 북한은 김정은 체제 이념을 강하게 안정화시키면서 사회의 폐쇄성을 더욱 극대화했다. 또한 정권의 강제력을 키워 규범체계를 지속하고, 당과 군·경찰 조직을 이용해 보다 강력한 통제 조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지배계층의 운명공동체 의식이 급격히 약화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것은 대북제제로 물질적 보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오고 있다. 북은 폐쇄성 강화의 다른 면에 공동체 의식 이완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비난 대신 대한민국 바로 알려야

우리는 북한의 이런 모습을 예의분석하고 대북정책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먼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핵을 포함한 북한의 무력 도발을 제거하는 것은 모든 것의 전제조건이다.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포, 핵 실험 등 크고 작은 도발에 끌려다니는 것을 극복하고 사이버 공격에도 철저히 대비하는 등 보다 능동적인 억제 전략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더욱 확고한 자주국방의 의지를 갖추고 우방국 의존도를 낮춰 나가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남과 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가장 좋은 해법은 북한을 비난하는 대신 대한민국을 알려 북한 스스로 변화를 유도하고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미 북한은 아래서부터 풀뿌리 자본주의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휴대폰 보급 또한 폭발적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70만대의 휴대폰이 북한 전역에 팔려나갔다. 우리는 이제 북한의 이런 변화를 이용해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노력을 해야 한다.

독일 통일 전 서독이 ‘접촉을 통한 변화’를 추구했던 것처럼 민족 동질성을 바탕으로 통일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남북은 무려 71년 동안 분단된 채 이산가족 상봉마저 몇 년에 한 번, 극소수의 인원만을 대상으로 이뤄질 정도로 정서적 교류가 없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동질성의 회복’보다는 ‘이질성의 공존’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김정은의 행보만 보며 비난할 것이 아니라 북한 자체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북한 주민이 우리가 원하는 통일 방안을 함께 이해할 때 통일이 한 발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다.

통일 문제를 우리 민족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통일 주도권을 우리가 가져야 한다. 남북이 우리 문제를 우리가 해결해야겠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다른 국가들이 통일 문제에 개입하고 그로 인해 문제 해결이 왜곡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통일 상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실제 통일이 된 후 개개인의 역할에 대해서도 함께 상상해 보자. ‘내가 북한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며 의식적으로 통일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 이렇게 우리가 준비한 만큼 통일은 가까이 다가온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 강의는 지난달 27일 보훈교육연구원 교육 내용을 정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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