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전경.
전시장 전경. 울산시립미술관 사진 제공.
김우진, ‘개’, 2022, 공기모터 조형물. 울산시립미술관 사진 제공.
김우진, ‘개’, 2022, 공기모터 조형물. 울산시립미술관 사진 제공.

흔하게 쓰는 ‘안녕’이라는 말에는 상대가 아무 탈 없이 편안하기를 기원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매일 가볍게 쓰는 인사말이지만 버거운 삶의 시절을 버텨내는 이에게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간다. ‘버티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안녕’을 묻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에서 내년 2월 18일까지 계속되는 ‘삶의 풍경 : 오늘도 안녕하세요’ 전시는 미디어아트 특별전으로, 주제에 맞는 회화, 조각, 사진, 영상, 설치,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 동시대 젊은 작가들이 현대인의 일상과 고민들을 각각의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들을 통해 지난날의 거대담론이 놓치고 있는 오늘날의 일상성에 주목한다. 강서경, 강재원, 고사리, 김우진, 뮌, 심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알리시아 크바데, 와엘 샤키, 윤향로, 이양희, 이우성, 이재석,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한진수 등 15명의 작품 4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회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삶, 개인의 경험과 내면을 생각하는 기회와 생각을 전달하는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선보이며, 더 나아가 디지털 세상 속 보이지 않는 세계를 경험하는 현대인들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3개의 주제로 나눠 탐색한다.

뮌, ‘바리케이트 모뉴멘트’, 2017, 6채널 영상. 울산시립미술관 사진 제공.
뮌, ‘바리케이트 모뉴멘트’, 2017, 6채널 영상. 울산시립미술관 사진 제공.

첫 주제 ‘고독한 군중’은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과 인간관계의 복합성을 부각하는 작품들로 구성했다. 특정한 또는 불특정한 관계를 맺고 함께 생활해야 하는 현대 공동체 양식과 사회의 여러 양상을 다룬다.

뮌 작가의 ‘바리케이트 모뉴먼트’는 육면체의 공간을 가득 채운 반복되는 스크린 속의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공동체’를 표현한다. 1871년 민중의 힘으로 국가 권력을 무너뜨린 파리코뮌, 비민주적인 체제에 저항한 한국의 민주화운동 등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가 안무가와 무용수, 연극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작품이다.

이어 흑백의 거대한 화면 속 현대인들의 모습을 다루고 있는 심윤 작가의 ‘디토’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친 모습이 역력한 직장인들의 모습에서 진득한 피로감이 묻어난다. 그 누구의 얼굴도 드러나지 않음으로써 보는 사람의 숨을 막히게 하는 이 작품은 ‘마찬가지’라는 뜻을 가진 제목 디토를 통해 현대사회의 피로감과 몰개성 등을 상기시킨다.

두 번째 주제 ‘내 안의 나’에서는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작품들을 소개한다. 나의 신체와 움직임, 나로 존재하도록 이끈 나의 역사와 그 경험의 축적 과정들을 다룬 작품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의 의미에 집중한다.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미술관 정면, 행인들의 눈길을 끄는 거대한 색색의 개를 표현한 김우진 작가의 ‘개’도 이번 전시의 일부다. 선명한 파란색과 빨간색, 노란색과 초록색의 불규칙한 조합으로 이뤄진 개 형상의 거대한 작품은 어렸을 때 사육사가 되고 싶었던 작가의 ‘꿈’과 ‘추억’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재석의 ‘나의 발’은 제목 그대로 거대한 발을 캔버스에 옮겼다. 수평으로 펼쳐진 적갈색의 대지 위로 떠오른 거대한 발은 작가의 자화상이다. 잘린 발을 그림의 중심에 위치시켜 복숭아뼈 위로 드러난 수술자국이 발의 주인의 역사를 궁금하게 만든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불꽃(아카이브)’, 2014, 영상 설치. 울산시립미술관 사진 제공.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불꽃(아카이브)’, 2014, 영상 설치. 울산시립미술관 사진 제공.

세 번째 ‘가상세계’에서는 물리적으로 실존하지 않는 가상 세계의 구축을 통해 반복되는 일상에 새로운 상상을 더한다. 계속 이어지는 나날의 아름다움과 그 안의 이질성을 다룬 작품들, 삶과 죽음의 사이클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와엘 샤키의 ‘알 아라바 알 마드푸나 Ⅲ’는 ‘묻혀 있는 수레’라는 뜻을 가진 이집트 고대 마을을 뜻한다. 그 마을이 사라지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해바라기를 재배하면서 공동체가 황폐해지는 과정을, 밝은 부분을 어둡게, 어두운 부분을 밝게 처리하는 네거티브 기법을 통해 전달한다.

전시를 찾은 관객들이 큰 고민이 없기를, 몸 아픈 일 없이 무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전달하는 이번 전시는 울산시립미술관 1, 2전시실에서 내년 2월 18일까지 계속된다.

관람료 성인 1,000원이며, 국가유공자는 무료. 문의 052-229-8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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