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달 15일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제주지부장 자격으로 회원 14명을 인솔해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6‧25한국전쟁 참전국 방문 교류사업’의 목적으로 필리핀 6‧25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되새기고 참전용사와 가족, 국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이다. 비록 일부에 불과하지만 뜻깊은 방문으로 남아 지금까지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새벽에 도착한 첫날. 잠시 눈을 붙일 시간도 있었지만, 설레는 마음 반, 긴장한 탓일까 자는 둥 마는 둥 아침 일찍 회원들과 함께 마닐라 시내 외곽에 있는 유엔묘지와 전쟁기념관으로 향했다. 현장에는 묘지에서 의전을 담당하는 군 관계자와 의장대, 참전용사 가족 그리고 마닐라 현지에 상주하면서 필리핀 재향군인회 지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종섭 세계재향군인회장 및 현지 관계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행사를 주선한 이종섭 회장의 안내로 현지 한국전쟁 필리핀 참전용사회(PEFPOK) 다마셈 회장을 비롯해 참전용사회 조직 간부와 유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방문단 회원들과도 서로 인사를 하며 교감하며 잠시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되새기는 시간도 가졌다. 이어지는 참배는 기다리고 있던 유엔묘지 기념관 의장대의 의전에 따라 시종 엄숙한 분위기 속에 거행됐다. 

두 번째 행사는 ‘필리핀-한국 우호센터(Philippine-Korea Friendship Center)’ 방문이었다. 6‧25전쟁의 상흔을 전시한 곳이다. 이곳에는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곳에서 이역만리 한국전쟁에 참전한 필리핀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되새겼다. 자유는 결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다시 실감하며 마음을 다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우리 일행은 전시관 관람을 마친 후 관장과 직원들의 꽃다발과 기념품 증정, 기념사진 촬영 등 간단한 환송식을 뒤로하고 세 번째 행사장으로 향했다. 한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오찬을 겸한 참전용사와 유가족들과 만남의 시간이었다. 필리핀 참전용사회 다마셈 회장의 “우리를 잊지 않고 전몰군경유족회 제주지부에서 이렇게 필리핀까지 방문해 뜻깊은 시간을 만들어 줘 감사하다”라는 말이 지금도 귓가를 울린다.

현지 사정으로 나머지 유가족을 못 만난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종섭 회장과 다마셈 회장 등 관계자들이 대신했다. 마지막 날 우리 일행들이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못 만난 참전용사 댁을 방문하고 위문품 전달과 생활환경의 모습을 담은 현장 사진을 보내왔다. 생각보다 더 어려운 듯한 참전용사 가족들의 생활상이 아른거린다. 귀국길 내내 무거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현지 관계자에 의하면 미흡한 보훈정책으로 고령화된 참전용사의 소외감은 적지 않다고 했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전몰·전상유족이라는 동병상련이었을까. 참석한 참전용사회장, 참전용사 유가족들과 마음으로 서로를 반기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어쨌든 우리 유족회는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신 필리핀 호국영웅과 세계 각국으로부터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이번 필리핀 방문은 ‘6‧25한국전쟁 참전국 방문 교류사업’의 목적으로 참전용사와 전사자유족을 위문하고, 발전한 대한민국의 위상 등을 널리 알리고자 계획된 사업이다. 비록 짧은 일정에 따른 제한된 행사였지만 행사 인솔 책임자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 위상을 실감하고, 국위선양에 따른 민간 외교의 가교역할은 행사 크기와 관계없다. 이 사업이 단절이 아닌 연속이 되길 기대한다.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제주지부장 강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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