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년 9월 26일 한미 연합 공병 전술훈련에서 장병들이 임진강에 펌프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제공 국방일보
2022년 9월 26일 한미 연합 공병 전술훈련에서 장병들이 임진강에 펌프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제공 국방일보

1950년부터 1953년까지 3년에 걸친 6·25전쟁으로 국가 기반 시설이 초토화됐던 대한민국은 2023년 현재, 지원을 받던 나라에서 지원하는 나라가 된 유일한 국가, 자생적 민주화에 성공한 민주주의와 인권 지수 상위국, 성공적인 산업화로 G10 경제력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이는 1953년 체결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굳건한 안보태세를 확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발전의 주춧돌이었다. 70년 전 한반도에서의 전쟁 재발 방지 차원에서 맺은 군사안보동맹 관계가 2023년 현재 경제·사회, 문화·기술, 글로벌 이슈로 영역이 확장되고, 동아시아와 지구적 수준을 넘어 우주·사이버 분야로까지 범위가 확대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화한 것이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이 기습남침을 개시하자 미국은 유엔안보리 소집을 요청했고,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라 미국 등 60개 유엔회원국이 함께 공산군의 침략을 격퇴하고,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1953년 10월 전쟁 재발 방지를 위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면서 한미 군사안보동맹 관계가 시작됐다.

1960년대 말까지 한국은 토지·시설을 주한미군에 제공하고 미국은 한국에 군사·경제 지원을 했으며 한국방위도 주한미군이 주도했다. 1969년 ‘닉슨독트린’에 따라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추진하면서 한국 정부는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고, 이는 ‘율곡사업’으로 가시화됐다.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 감축에 대비해 연합훈련을 강화했고, 1978년 11월 한미연합사를 창설했다.

유엔군이 1951년 4월 서부전선에서 교전하고 있다.
유엔군이 1951년 4월 서부전선에서 교전하고 있다.
1951년 3월 23일 경기도 문산에서 미 제187공정연대 전투단 병사들이 진격을 앞두고 산등성이에 집결하고 있다.
1951년 3월 23일 경기도 문산에서 미 제187공정연대 전투단 병사들이 진격을 앞두고 산등성이에 집결하고 있다.

동반자 관계로 발전한 한미동맹

1980년대 한국의 국력 신장은 동맹 관계에서의 역할을 확대했고 한미동맹은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다. 1988년 ‘한미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해 한국군은 미군으로부터 전쟁 지속 능력을 보장 받게 됐고, 1991년 1월 최초 ‘방위비 분담금 합의’를 하면서 연합방위체제에서 한국군의 역할이 점점 커졌다. 1994년 12월 평시 작전통제권 환수로 한국군이 독자적인 평시 작전지휘체계를 확립하면서 한미연합방위 측면에서 전시대비태세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은 군사변혁과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계획’을 추진하면서 동맹국의 역할 확대를 도모했다. 한국 내에서도 국력 신장에 걸맞도록 한미동맹이 더욱 성숙한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높아졌다. 이러한 대내외 상황 변화는 주한미군 기지 이전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한 양국 간 합의를 견인했다.

21세기 안보환경 변화와 역할 조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미 양국은 동맹협력 분야를 심화시켜 나갔다. 두 나라는 2009년 ‘한미동맹 공동비전’을 채택해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시킨 후,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급변하는 안보환경 속 동맹관계 강화

21세기 들어 한미 양국의 가장 시급하고 지속적인 안보과제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능력이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로 지역 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군사 강국으로서 중국의 부상은 세계 속에서 아시아 지역의 역할을 변화시켰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중국의 적극성과 영향력 확대로 한국과 미국은 변화하는 상황을 어떻게 헤쳐갈지 고민하게 됐다. 디지털 시대는 사이버 공격 등 새로운 안보위협을 불러왔고, 기후변화·전염병·테러·대량살상무기 확산 등도 중요한 안보문제로 등장했으며, 이에 대한 국제적 협력과 공동의 대응이 필요하게 됐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한미동맹은 북한의 침략을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주둔은 북한의 잠재적 군사행동에 대한 강력한 억제력을 제공하며, 한미 연합훈련은 전시 작전 대비태세를 강화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고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한미동맹은 6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 등 북한과의 관계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한미동맹은 변화하는 역내 안보환경에 대응해 해양안보·대테러 등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증가하는 사이버 공격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일본·아세안 등 다른 역내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자 노력해 왔다.

양국은 비전통적 안보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기후변화·재난구호·팬데믹 대응과 같은 문제에 대한 협력방안을 함께 모색해 왔다. 한미동맹은 전통적·비전통적 안보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동북아 안정의 초석이 되며, 양국 공동의 가치와 이익을 유지하면서 현안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군사안보동맹으로 태동한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역내 평화·번영의 핵심축으로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주의 등 가치의 공유를 바탕으로 안보·경제·첨단기술·사이버공간·공급망을 아우르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

급변하는 전략환경과 점증하는 글로벌 안보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2년 5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양국 공동의 비전에 합의했다.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의 핵심

이에 따라 한미동맹의 공간적 범위를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하고, 기존의 전통적 군사안보에 더해 우주·사이버 및 국방과학기술·방위산업 분야에서도 동맹협력의 수준을 보다 심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같은 해 11월 3일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한미 양국의 국방부장관은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안정·번영을 위한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것에 공감하면서, 국제사회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국방·안보 협력을 지속 증진하기로 했다. 특히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수립과정에서 양국 국가 이익의 접점을 확대하고 협력방안을 지속 모색하기로 했다.

2022년 11월에 개최된 한국·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의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역내 자유·평화·번영을 구현해 나간다는 비전 아래 포용·신뢰·호혜 원칙을 바탕으로 역내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한다는 기조를 밝혔다.

같은 해 12월 한국 정부는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전략’의 국방영역에서 규범과 규칙에 기반을 둔 인도-태평양 지역 질서 구축, 비확산·대테러 협력 강화, 포괄안보 협력 확대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확장억제 담은 워싱턴 선언 합의

2023년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방위공약과 더욱 강화된 확장억제 공약을 담은 ‘워싱턴선언’에 합의했고, 같은 해 6월 한국 정부는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했다. 이 국가안보전략에서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한미가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를 토대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구현하고,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유지와 확고한 미국의 확장억제, 한미 간 경제안보·첨단기술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이러한 한미 양국 대통령과 정부의 활동은 한미동맹이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주의 등 가치의 공유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70년 전 군사안보동맹으로 시작될 무렵 한미동맹은 한미관계에서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양국의 협력 범위가 외교 안보 분야를 넘어 경제안보·첨단기술·인적교류·문화·정보 분야를 망라한 포괄적 수준으로 확대되고 공간적 범위도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는 오늘날에는 “한미동맹은 곧 한미관계”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로 한미동맹의 범위가 확장됐다.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

2023년 8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3개국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 캠프 데이비드 원칙,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등 3건의 합의 문서를 채택했다. 정상회의 주요 내용은 3국 협력 제도화, 안보협력, 역내 평화, 대북공조, 경제안보·첨단기술 협력, 지역·글로벌 협력 분야에 관한 것이었다.

한미일 정상회담의 의미와 관련한 인터뷰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번 협의와 공약이 국내법이나 국제법에 새로운 권리나 의무를 창설하는 것이 아니며,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관계는 변함없이 유지된다”고 밝혔다.

다만 박 장관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전략적으로 공조함으로써 쿼드(Quad)나 오커스(AUKUS)보다 더 강력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미일이 협력한다는 건 북중러와 대립과 갈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규칙 기반 국제질서 운영에 있어 중국이든 러시아든 같이 갈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에 기회를 준 것이지 대립과 갈등을 위한 전선을 형성한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향후 한미 양국은 가치를 공유한 우방국들과의 자유의 연대를 바탕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개방적·포용적이며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양국이 함께 만들어 나갈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계용호 군사편찬연구소 국방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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