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어느 작은 문방구점에서 흘러나오는 ‘따오기’ 노래를 들었다. 아주 잊어버리고 살았던 동요인데 요즘 들으니 너무 신기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불렀던 기억이 나서 가던 발길을 멈추고 문방구로 들어섰다. 주인은 머리가 하얗고 허리가 굽은 노인이었다. 머뭇거리는 내게 노인은 무엇을 사려느냐고 묻는다. 살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것 저것 주문을 하고 계산을 하면서 물었다.

사실 따오기 노래를 듣고 들어왔는데 왜 이 노래를 왜 틀어 놓았느냐고 물어봤더니 그 노인이 반기며 하는 말이 5월이 되면 옛날 자신이 부르던 동요가 부르고 싶고 듣고 싶어 해마다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이면 이 동요를 틀어 놓는단다.

가끔 젊은이들이나 아이들이 이 노래가 무슨 노래냐고 물어보면 그때마다 자신이 어렸을 때 많이 부르던 동요라고 일러주며 이 노래에 얽인 일화를 말해주신다고 한다.

한정동 작시 윤극영 작곡의 따오기는 일제강점기에 나라 잃은 민족의 한이 담긴 애달픈 가사와 가락으로 일제는 이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했다.

해방 이후에 다시 부르기 시작해 당시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즐겨 부르던 국민 동요가 됐다.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나도 어린 시절 이 따오기 동요를 많이 부르며 자랐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인가 동요에서 사라졌고 나도 잊어버리고 살았다. 지금의 어린아이들은 이 노래를 잘 알지 못하고 부르지도 않는다. 내 자식들도 모르고 자랐으니 말이다.

사실 따오기 노래를 아는 사람은 많은데 실제로 따오기를 본 사람은 많지 않다. 옛날에는 흔한 철새였다는데 지금은 멸종위기의 동물로, 인공부화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따오기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다.

따오기 울음소리는 해질 무렵 시골 냇가에서 들으면 더욱 슬퍼진다고 한다. 그래서 따오기 우는 소리를 들으면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 올리게 되고 내 나라 내 조국인 해 돋는 나라, 달뜨는 나라를 꿈꾸며 살았다고 하니 얼마나 내 나라 내 조국을 열망했는지 알 수가 있다.

잊고 살았던 애절한 추억의 동요 따오기를 할아버지와 함께 듣고 따라 부르며 지나온 역사를 회상하면 울컥 목이 멘다.

황아라 국가유공자의 가족. 1991년 수필문학으로 등단해 한국 문인협회 회원 및 한국 수필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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