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다녀왔다. 주변 환경이 청정하고 한편으로는 스산한 느낌마저 들었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올라가는 길은 험난하다. 그래도 마음이 맞는 지인들과 함께하니 생각 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했다.

한참을 걷다 느린 우체통을 만났다. 이런 깊은 산 숲속에 우체통이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지인들 몇몇이 자연스레 엽서에 편지를 쓰길래 나도 엽서 한 장을 가져왔다. 선뜻 생각나는 대상이 수험생인 막내아들이었는데 모처럼 쓰는 편지가 왠지 낯설기만 하다. 편지를 쓰고 우체통에 넣으니 무슨 대단한 일을 끝낸 것처럼 마음이 뿌듯하다.

휴대전화를 구입한 후부터 사실 편지를 쓴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왠지 낮설었지만 일 년 뒤 이 편지를 받아보고 아들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큰 기대가 되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이 일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익숙한 필체의 엽서 한 장이 우편함에 들어 있었다. 일 년 전 썼던 바로 느린 우체통의 엽서가 도착한 것이다. 사실 편지를 쓰면서도 ‘과연 일 년 뒤 배달이 될 수 있을까’하고 반신반의했었다. 너무 반갑고 기쁜 마음에 편지를 꺼내 들고 정신없이 펄쩍펄쩍 뛰었다. 아마 사연을 모르는 분이라면 좀 오해를 살만한 반응이었다.

반가운 소식을 곧장 전해주려고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들은 아르바이트를 가고 없었다. 지친 몸으로 들어온 아들에게 느린 우체통에서 배달 된 한 장의 엽서를 보여주었다. 깨알 같은 글씨로 쓴 응원과 축복의 메시지를 읽어 내려가던 무뚝뚝한 아들이 “아빠, 고마워요”라며 반응을 보였다. 길지 않은 말 한마디가 큰 힘과 보람이 되었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열심히 살아가는 아들이기에 더욱 고맙고 든든했다.

배달된 엽서 한 장으로 행복한 순간을 경험한 것은 매우 뜻깊은 경험이었다. 요즈음 부모 자식 간에 소식을 물어보는 휴대전화나 문자메시지도 의미가 있겠지만 가끔씩은 편지로도 마음을 전하는 것도 뜻깊은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느린 우체통이 가져다준 작은 행복의 순간을 교훈 삼아 앞으로도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한자 한자 눌러쓴 편지를 주고받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원표 2016년 한국예총 <예술세계>에서 수필 부문으로 등단했다. 나라사랑교육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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