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푸른 저녁’, 1914,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20세기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에드워드 호퍼 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그의 고독과 현대인을 향한 위안의 메시지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져 있을까. 개막 전부터 미술계에 커다란 화제를 모았던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Edward Hopper: From City to Coast)’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8월 20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예술성과 대중성을 갖춘 세계적 명화를 소개하는 해외소장품 걸작선의 일환으로, 뉴욕 휘트니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것이다.

‘자화상’, 1925-30,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자화상’, 1925-30,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에드워드 호퍼(1882~1967)는 20세기 초 현대인이 마주한 일상과 정서를 독자적인 시각으로 화폭에 담아낸 대표적인 현대미술 작가. 시공을 초월하는 예술성을 지닌 그의 작품은 오늘날까지 미술을 포함한 문화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을 관통하며 살아온 그의 시선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고 무관심으로 흘려버리는 평범한 것을 주목하고, 대상과 공간을 세심히 관찰해 포착한다. 그는 현실을 특유의 빛과 그림자, 대담한 구도와 시공간의 재구성 등을 통해 자기화하면서 작품을 완성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 ‘길 위에서’는 호퍼가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로 향하는 길이자, 그곳에서 호퍼가 독자적인 예술을 성숙시켜 가는 여정, 나아가 그 길 위에서 우리가 호퍼를 만나는 순간을 상징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에드워드 호퍼’라는 이름으로 떠오르는 현대인의 고독을 그린 작품뿐만 아니라, 그가 평생 쏟아부은 예술에 대한 열정과 노력, 그의 삶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본격 화단에 등장하기 전의 습작에서부터 활동 중의 작품, 아내 조세핀 호퍼의 작품까지, 그의 예술세계 전반을 살펴보기에 충분한 전시이다.

전시를 위해 우리나라에 온 드로잉, 판화, 유화, 수채화 등 작품 160여 점과 자료 110여 점 등 270여점은 ‘에드워드 호퍼’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 ‘조세핀 호퍼’ ‘호퍼의 삶과 업’ 등 7개 섹션으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에드워드 호퍼>에서는 그의 삶과 궤를 함께하는 자화상과 일련의 작품들을 크게 세 시기로 나눠 제시한다. 1900년대 초 학생시절, 1910-1920년대 상업 화가에서 전업 작가로 나아가는 과도기, 1940년대 예술가로서 역량이 무르익은 시기의 자화상들을 만날 수 있다.

<파리>는 뉴욕에서 삽화가로 일을 시작한 호퍼가 예술가의 꿈을 안고 파리로 향한 뒤 파리에 체류하며 거장들의 작품들을 관람하고 파리의 자연과 건축물, 사람들을 관찰하며 새로운 환경에 얻은 영감을 고스란히 담아 그려낸 작품들을 만난다.

대표적인 작품은 ‘비스트로 또는 와인 가게’, ‘푸른 저녁’이며, 특히 ‘푸른 저녁’은 파리의 카페를 배경으로 노동자, 광대와 매춘부, 담배를 피우는 예술가, 부르주아 남녀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을 보여준다.

<뉴욕>은 에드워드 호퍼하면 빠질 수 없는 키워드 ‘뉴욕’이 주제다. 뉴욕은 그가 가장 잘 알고 좋아하는 도시이자 평생을 거처했던 곳으로 관찰의 대상, 작업의 소재였다. 여기서 그는 선이 강조되는 판화 기법인 에칭을 시도한다. 뉴욕의 주택가와 고층 건물, 북적이는 번화가의 풍경을 생생하고 거친 선으로 담아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는 판화 작품을 만난다.

‘철길의 석양’, 1929,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철길의 석양’, 1929,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길 위에서>는 호퍼가 그린 미국 풍경화를 중심으로, 있는 그대로의 사실적 풍경이 아닌 작가 내면에서 새롭게 그린 작품, ‘철길의 석양’ 등을 선보인다.

<뉴잉글랜드>에서는 ‘작은 배들, 오건킷’ ‘오건킷의 바다’ ‘블랙헤드, 몬헤건’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뉴잉글랜드는 호퍼가 그의 아내인 조세핀과 처음 만난 곳이자 결혼식을 올린 곳. 이곳에서 호퍼는 조세핀의 영향으로 야외 수채화 작업을 시작했고, ‘석회암 채석장’과 같은 수채화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케이프코드>에서는 1930년대 말 이후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호퍼의 자전적 경험이 내면화된 작품들을 선보인다. 현실과 환상, 자연과 인공물이 대비되는 작품, ‘콥의 헛간과 떨어져 있는 먼 집들’ ‘오전 7시’ ‘이층에 내리는 햇빛’ 등을 만날 수 있다.

<조세핀 호퍼>는 호퍼의 아내이자 예술가, 훌륭한 조력자였던 조세핀 호퍼가 녹아들어간 작품들, ‘햇빛 속의 여인’ ‘트루로 집에서 스케치하는 조’ ‘독서하는 조 호퍼’를 확인할 수 있다.

<호퍼의 삶과 업>은 호퍼의 삶의 여정, 삽화, 호퍼 부부, 작가의 말과 글, 다큐멘터리 등 작가의 예술과 삶의 행적을 세세히 전한다.

대도시의 단절이 주는 고독감을 표현하고 그 너머의 위로와 위안을 전하는 에드워드 호퍼에 대한 이해를 넓힐 이번 전시는 8월 20일까지 계속된다.

관람료는 일반 17,000원, 청소년 15,000원, 어린이 12,000원이며, 국가유공자·독립유공자·참전유공자 본인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현장 매진일 경우 표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매하는 편이 좋다. 전시 문의 1588-8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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