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시작되고 지난 3년 동안 봄은 왔지만 우리는 봄을 맞이하지 못했다. 봄다운 봄, 흐드러진 벚꽃으로 경남 하동의 봄이 활짝 피어났다.

바야흐로 봄, ‘꽃’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계절이다. 바다 건너 제주에서 일기 시작한 꽃물결은 강원의 이름 모를 골짜기까지 우르르 오르며 우리 산하 곳곳에 포말처럼 새하얀 꽃들을 뿌려놓는다. 고요에 물든 산사에서 사람들 북적이는 장터까지 섬진강 줄기 따라 벚꽃들이 새하얀 자태를 드러내는 경남 하동 일대를 찾았다.

남도의 가락이 흐르는 화개장터

흐드러진 벚꽃이 피어있는 장터 입구를 지나 화개장터 안으로 들어서면 시골 장터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눈이 호강을 했으니 이번에는 입이 호강을 할 차례다. 이름난 장터라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재첩국을 비롯해 다양한 장터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사실 화개장터는 지리산 맑은 물이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길목에 위치한 덕에 예로부터 여러 지방 사람들이 모여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서로 나누는 곳이었다.

지리산 화전민들이 산에서 캔 나물과 감자를, 구례·함양 등 평야 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쌀과 보리를, 바닷가인 여수·광양·남해·삼천포에 사는 뱃사람들은 바다에서 가져온 미역·청각·고등어 등 각종 수산물을 그리고 전국을 떠도는 보부상들은 생필품을 가져와 팔았다. 물 맑은 섬진강에서 캐낸 싱싱한 재첩도 빠질 수 없는 품목 중 하나다.

지금은 상설화된 전통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지리산에서 캐온 각종 약재와 산나물은 물론 하동 특산품인 녹차를 비롯해 대장간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낸 농기구 등 다양한 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

경남 하동의 꽃세상 쌍계사

깊은 산 맑은 물이 흐르는 지리산 자락에 터를 잡은 쌍계사는 두 갈래의 계곡이 하나로 만나는 곳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리산의 맑은 물줄기가 쌍계사를 사이에 두고 흘러내리는 모습은 절경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다. 물길이 흘러오는 기암괴석 사이사이로 사철 푸르른 대나무 숲과 만개한 벚꽃이 보여주는 조화로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쌍계사는 신라 33대 왕인 성덕왕 23년(A.D 724년) 의상대사의 제자 삼법(三法)이 창건한 1,300여 년 역사를 간직한 고찰로 오랜 세월 동안 고이 간직해온 유물을 품고 있다. 국보 진감선사탑비를 비롯해 많은 문화재들이 있어 경내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박물관에라도 온 듯한 역사의 숨결이 느껴진다.

대웅전을 비롯해 전각 사이사이마다 벚꽃을 비롯해 홍매화, 산수유, 목련 등 아름다운 봄꽃들이 봄철 내내 피고 지는 모습, 사찰은 이른 봄에서 늦은 봄까지 언제든지 꽃잔치가 열리고 있다.

십리벚꽃길, 봄

쌍계사의 좌우 골짜기에서 내려온 물은 절 아래에서 하나로 합쳐져 섬진강으로 향한다. 그 물길을 따라 화개까지 내려가는 길이 바로 십리벚꽃길.

건설교통부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한 꽃길은 숨 막힐 듯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매년 3월 하순에서 4월 초순 장관을 이룬다. 6킬로미터에 달하는 구불구불한 계곡에 들어서면 길 양쪽으로 60년 넘은 아름드리 벚나무의 가지들이 터널을 이루듯이 빽빽하게 하늘을 덮는다. 일단 길 안으로 접어들면 화사한 벚꽃이 선사하는 장관에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이 길은 천천히 걷거나 차를 타고 여유있게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젊은 남녀들이 손을 잡고 걸으며 백년해로를 기약한다고 해서 ‘혼례길목’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십리벚꽃길을 따라가면 쌍계사 차나무 시배지를 만날 수 있다. 신라 흥덕왕 3년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가져온 차나무 종자를 왕의 명으로 이곳에 심었는데 기후와 토질이 잘 맞아 산기슭을 따라 군락을 이룰 정도로 번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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