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우리 근현대사의 현장과 경험을 생생하게 함께 나누는 살아있는 배움터이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 엄마 아빠 손을 붙잡은 아이들, 정장의 직장인들이 저마다의 발걸음으로 오가는 광화문 거리. 개관 10주년을 맞아 상설전시실 역사관을 대폭 개편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재개관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찾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개편된 상설전시실 역사관. 기아마스터 티600(T-600) 자동차.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개편된 상설전시실 역사관. 기아마스터 티600(T-600) 자동차.

전시실에서 만난 삼발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기아마스터 티600(T-600) 자동차를 보면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이 정겹다. 5층으로 올라서면 박물관의 핵심 전시시설 상설전시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근현대사와 관련된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데 이번에 광복과 정부 수립에 관련된 전시물을 대폭 보완했다.

‘광복과 분단'을 ‘광복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시로 명칭을 변경하고 1부 광복과 미군정, 2부 신탁통치 논쟁과 좌우 합작 운동, 3부 대한민국 정부 수립 등으로 구성했다.

자료를 보완한 전시실은 한반도 각 지역에서 발생한 주요 정치적 사건을 지도와 사진으로 설명해 당시 복잡했던 정치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고, 세계정세의 흐름 속에서 한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연표 형식으로 구성한 것도 이채롭다.

역사관 초입 항일 독립운동가가 남긴 말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어차피 죽게 되겠지요. 그러나 좋습니다. 일본의 노예로 사느니보다는 자유민으로 죽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관람 동선을 따라 ‘대한민국임시정부 공보’ ‘태극기 인쇄용 목판’ ‘기미독립선언서’ 등 독립운동과 관련된 전시물들을 관람하며 순국선열들의 마음을 되새기다 보면 ‘광복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만난다.

대한민국정부수립의 날 전시.
대한민국정부수립의 날 전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948년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춰 이뤄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 전시. 벽면 전체를 사용해 기념식 순서에 따라 사진과 관련 자료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무운장구태극기.
무운장구태극기.

자료는 오전 11시 정각 주요 참석자 입장 행렬을 시작으로 개회선언, 이승만 대통령의 기념사, 연합합창단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기념합창, 유엔군 총사령관 맥아더 장군 등의 축사, 육해경비대 시가 퍼레이드까지 장장 세 시간에 걸친 정부 수립 기념식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며 대한민국 정부의 힘찬 출발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곳은 6·25전쟁. 특히 정전70년을 맞이하는 올해 6·25전쟁의 전황 변화 추이와 유엔 참전국들의 참전 현황을 보여주는 영상 자료가 발길을 머물게 한다. 태극기 위에 건승과 무사귀환의 염원을 적어내린 무운장구(武運長久)태극기와 혼란스러웠던 피난길에도 꼼꼼히 기록한 피난 수기를 읽으며 전쟁의 여러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신생 대한민국은 6·25전쟁이라는 모진 시련을 겪었지만 결코 주저앉지 않았다. 고달픈 시절을 지냈지만 인간다운 삶을 위한 경제 발전은 물론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화의 역사를 이뤄냈다.

전시는 4·19혁명, 월남전 참전, 새마을운동, 6·10민주화운동 등으로 이어진다. 학생들이 만든 4·19혁명전단, 월남전에 참전했던 참전용사의 편지와 전투식량, 새마을운동 모형, 포항제철소준공기념패 등등을 보면서 이들이 서로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에 ‘K-컬처 스크린’ 설치 1주년을 맞아 새롭게 실감형 영상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에 ‘K-컬처 스크린’ 설치 1주년을 맞아 새롭게 실감형 영상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경제 발전과 민주화라는 위대한 업적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남은 과제가 있다. 바로 평화 정착과 민족 통일. 1953년 7월 27일 정전 이후 그동안 남북 간에 있었던 대화와 갈등의 역사를 자료와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 화해와 협력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과거에서 교훈을 얻고,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향해 전진해나갈 힘을 주는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다가오는 새봄, 새롭게 단장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휴무일은 1월 1일, 설날(당일), 추석(당일). 관람료는 무료. 문의 02-3703-9200.

저작권자 © 나라사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