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동안 바라던 일이 드디어 이뤄지는가 보다.”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하기로 했다는 정부 발표를 접한 소회가 그랬다. 30여 년 보훈조직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응어리가 한꺼번에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젠 한 차원 더 높은 보훈으로 가는 큰 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의 보훈 정부조직은 1961년 원호처 창설로 시작되었다. 그때는 많지 않은 장관급 부처 중의 하나였다. 1984년에는 ‘국가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생계지원 위주의 ‘원호’에서 탈피하여 물질적 보상과 정신적 예우에 기초한 ‘보훈’으로 전환했다. 그에 따라 희생과 공헌에 상응한 보상과 예우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의 위상은 장, 차관급을 오가며 부침을 거듭했다. 보훈이 국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정책 추진력에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것이 보상과 예우의 수준과 국민의 보훈의식에 미친 영향은 자못 크다.

사실 보훈부 승격 추진은 갑작스런 일은 아니다. 필요한 조건이 충족됐고, 그럴만한 때가 된 것이다.

지금의 보훈은 연간 세출예산 약 6조 원, 부 조직으로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시대적 여건의 변화와 함께 보훈행정의 대상도 여섯 배나 증가하였다. 소관 업무의 범위와 영역도 정부기념일, 국립묘지와 국가관리묘역, 기념관과 현충시설물, 의료복지기관, 제대군인 지원, 국제보훈 등 창설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지고 넓어졌다.

비유하지면 이제는 옷이 몸에 맞지 않게 되었다. 국가보훈처가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1%가 부 승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국가 발전과 함께 높아진 국민의 자긍심이 ‘명예로운 보훈’에 대한 기대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한다.

보훈부 승격이 가져올 변화와 의미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보훈에 높은 상징성을 부여함으로써 나라사랑과 국민통합에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는 높아진 조직의 위상으로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에게 높은 명예와 자긍심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셋째는 보훈을 국정의 중요한 위치에 올려놓음으로써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에 대한 보상과 예우, 공훈 선양, 제대군인에 대한 지원이 대폭 강화될 것이다. 넷째는 유엔 참전국 대상의 보훈외교를 비롯한 국제보훈 사업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이제 보훈부 승격은 국회 심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원호에서 보훈으로 이어진 61년 역사의 변곡점이며 대변혁이다. ‘나라 위한 헌신이 최고로 존경받고 명예로운’ 새로운 보훈의 시대를 이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국가보훈처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민의 마음을 모을 수 있는 정책 혁신 방안과 행정 쇄신안을 준비하여야 한다. 보훈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많은 국민들의 응원도 보훈의 새로운 변화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국가를 위해 기꺼이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은 국가에 대한 봉사를 정당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참전자들이 존경받고 대접받는 정도에 직접적으로 비례한다.”

이 말은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나라의 기초를 세운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준엄한 가르침으로, 지금도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지켜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보훈은 그렇지 못했다.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비롯한 국가유공자들은 오랜 동안 음지에 있었다. ‘거룩한 응달’에 하루라도 빨리 따뜻한 빛이 들게 하자.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곳곳에서 빛을 드러내고 있다. 보훈도 대한민국의 비상처럼 높이 날이 오를 수 있을까?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이뤄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김종성 보훈기고가, 전 국가보훈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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