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립미술관, 1월 29일까지

대표작 ‘미제레레’가 전시된 공간.
대표작 ‘미제레레’가 전시된 공간.

‘조르주 루오(Georges Henri Rouault, 1871~1958)’가 한국을 찾았다.

20세기 미술의 거장으로 피카소, 마티스와 함께 세계화단에 이름을 나란히 올리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그가 전남 광양시 전남도립미술관에서 다양한 작품을 펼쳐놓고 한국의 관람객을 맞는다.

‘Ludmilla, 루드밀라’, 1930, 조르주 루오 재단 소장.
‘Ludmilla, 루드밀라’, 1930, 조르주 루오 재단 소장.

조르주 루오는 20세기 전반 당대 최고의 작가로 야수파, 입체주의, 표현주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독특한 화풍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이룩한 화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삶 전체를 관통하는 2번의 세계대전과 전쟁이 남긴 상흔을 가난하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환원시켰다.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숭고한 인간애를 표현한 조르주 루오의 작품에는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의문과 그가 살아냈던 시대정신이 잘 담겨있다.

지난 10월 문을 열어 2023년 1월 29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인간의 고귀함을 지킨 화가 조르주 루오’라는 이름을 붙였다. 당시 유행했던 미술운동의 어떤 경향에도 휩쓸리지 않고, 인간에 대한 ‘예의’와 ‘깊은 애정’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그의 생애와 예술성을 조명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어린 피에로’, 1945경, 퐁피두센터 소장.
‘어린 피에로’, 1945경, 퐁피두센터 소장.

그의 대표작은 단연 ‘미제레레(Miserere, 1927)’ 연작이다. 영어단어 미저러블(miserable, 불쌍한 처참한)과 장발장으로 유명한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Les Miserable)’이 연상되는 작품명은 ‘미제레레 메이 데우스(miserere mei Deus,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의 머리를 라틴어 발음으로 따온 단어이다.

58개의 판화로 구성된 ‘미제레레’는 조르주 루오가 1차대전의 참상을 직접 목격하면서 참혹하게 죽어가는 인간의 구원을 희구하는 작가의 마음을 담고 있다. 그는 동판화로 보여줄 수 있는 흑과 백의 색채 대비와 전쟁의 비참함을 겪는 인간의 모습, 예수의 자비로운 모습을 대비한 형상들을 그렸다. 작품에는 다양한 모습의 일그러진 인간을 그려내며 그가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를 읊조리며 고독한 미사를 올리는 모습이 비친다.

 ‘꽃이 있는 정물’, 1950, 조르주 루오 재단 소장.
‘꽃이 있는 정물’, 1950, 조르주 루오 재단 소장.

전체 전시는 회화와 도자기, 태피스트리, 스테인드 글라스 등 200여 작품을 중심으로 ‘조르주 루오의 회상록’ ‘여인들, 누드’ ‘정물과 풍경’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미제레레’ 그리고 ‘서커스와 광대’ 총 여섯 개의 주제로 이뤄졌다.

첫 번째 주제인 ‘조르주 루오의 회상록’에서는 루오의 삶과 화풍에 큰 영향을 미친 스승이자 상징주의 화가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 1826-1898), 프랑스 시인이자 비평가였던 앙드레 쉬아레스(Andre Suares, 1868-1948)등 만남을 통해 루오의 삶에 변화와 확장을 불러온 이들의 얼굴과 이들을 바라본 루오의 따듯한 시선을 만날 수 있다.

 ‘뒷 모습의 누드’, 1919-1929, 퐁피두센터 소장.
‘뒷 모습의 누드’, 1919-1929, 퐁피두센터 소장.

‘여인들, 누드’ ‘정물과 풍경’에서는 대상을 표현하는 중후한 마티에르와 자유롭고 힘찬 선의 울림을 볼 수 있고,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서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루오가 바라본 예수 그리스도와 성경 속 인물들이 ‘베로니카’ ‘악의 꽃’ ‘수난’ 같은 대표 작품을 포함했다.

마지막 주제 ‘서커스와 광대’에서 루오는 사회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광대와 가난한 사람들이 느끼는 사회적 불의에 대한 노여움과 슬픔을 광폭 화필로 그리며 인간 내면으로 깊숙이 다가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번 전시는 특별전 ‘조르주 루오와 한국미술’로 이어진다. 1900년대 초반부터 조르주 루오의 조형적 화풍이나 예술정신에 영향을 받은 한국 근현대 표현주의 작가 이중섭, 구본웅, 박고석 등의 작품 50여 점을 만나는 것은 덤에 해당하는 셈이다.

입장료는 성인 15,000원. 국가유공자 본인 무료. 전남도민 20% 할인, 롯데카드 20% 할인 혜택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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