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이 있는 풍경, 1980, 한지에 수묵담채
▲ 이응노 미술관 전경

대전 도심 한복판에 홀로 고고한 건물이 눈에 띈다. 마천루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외관이 건물의 주인공 ‘고암 이응노’ 화백과 닮았다.

대전 이응노미술관은 고암 이응노(1904-1989)화백의 예술 연구와 전시를 맡아 고암 정신을 확장하고 계승할 목적으로 2007년 5월 개관했다. 본디 서울 평창동에 있던 것이 폐관되고 대전시가 평창동 미술관의 수장품을 인계받아 지금의 이응노미술관을 개관했다.

이응노미술관은 새해를 맞아 미망인 박인경 여사로부터 기증받은 소장품 가운데 서정적이고 한국적 정서가 배어있는 화훼와 동물, 풍경화를 중심으로 기획전시 ‘유유자적’을 열고 있다.

전시작품은 주로 1970~80년대 프랑스 파리에 머물면서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한국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작품들로 고국산천에서 속세를 떠나 어느 것에도 매이지 않고 편안하게 유유자적하고 싶은 작가의 심정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화훼·영모·풍경은 모두 170점으로 미술관 소장품의 13%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화목이다. 소재는 전통적이지만 이응노만의 자유로운 선과 필치로 전통적인 화법에서 벗어나 수묵과 현대가 어떻게 만나 발전하는지 보여준다.

고암은 장르와 소재를 넘나드는 끊임없는 실험으로 한국 회화의 독창성과 정체성을 찾는데 주력했고, 전통성과 현대성을 함께 갖춘 현대 한국화단의 진정한 증인이라 평가받고 있다.

고암은 30대에 일본으로 건너가 공부를 하던 중 서양화를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고, 귀국 후 새로운 한국회화를 개척한다는 정신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고암은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가졌던 프랑스 평론가의 초청으로 프랑스로 거주지를 옮겨 활동하다 간첩 누명을 쓰고 몇 번의 옥고를 치루기도 했다. 옥중에서도 작업을 멈추지 않아 ‘옥중화’라는 특별한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친근한 소재로 구성된 이번 소장품전을 통해 전통을 지키며 한국화를 현대화로 발전시키고자 했던 고암 이응노의 동양화에 대한 의지와 한국화의 아름다움을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2월 28일까지. 대전 이응노미술관. 관람료 500원. 국가유공자와 배우자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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