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의 약혼 축하연’, 요한 카를 아우어바흐, 1773년.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의 약혼 축하연’, 요한 카를 아우어바흐, 1773년.

열정적인 예술 수집가이자 후원자였던 합스부르크 왕가. 예술이 곧 힘이자 지식이고 권력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순탄하지 않은 역사 속에서도 그들은 예술품 수집을 이어왔다. 물리적 힘보다 문화와 예술 역량이 더 높게 평가되는 오늘날, 합스부르크의 유산이 새롭게 조명되는 이유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유럽의 광활한 영토를 다스리기도 했던 합스부르크를 예술품으로 다시 만나는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23년 3월 1일까지 열린다.

합스부르크는 서양미술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루벤스,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와 같은 걸출한 화가들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이들이 예술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바탕으로 수집한 예술품은 빈미술사박물관에 집대성되어 오스트리아를 넘어 오늘 인류의 자산이 됐다.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는 한국과 오스트리아가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과 함께 기획한 전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은 총 96점으로,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기의 대표적인 예술품을 포함해 합스부르크 왕가가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수집한 매혹적인 걸작들이다. 역사 속에서 굵은 족적을 남긴 합스부르크를 예술품을 통해 새롭게 이해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십자가 모양 해시계’, 1619년.
‘십자가 모양 해시계’, 1619년.

‘황제의 취향을 담다, 프라하의 예술의 방’은 프라하에 수도를 두고 활발한 수집 활동을 벌인 16세기 루돌프 2세 황제 시기를 다룬다. 루돌프 2세는 자신의 탁월한 안목으로 진기한 예술품을 수집, ‘예술의 방’이라는 곳에 전시했고, 이는 현재의 빈미술사박물관 공예관의 기초가 되었다. ‘십자가 모양 해시계’ ‘누금 장식 바구니’ 등 다양한 공예품을 만나볼 수 있다.

‘최초의 박물관을 꾸미다, 티롤의 암브라스 성’에서는 오스트리아 서쪽 지역인 티롤을 다스린 페르디난트 2세 대공의 수집품들을 소개한다. 암브라스 성에 전용 건물을 지어 진열장 설계부터 전시품 배치까지 직접 결정했던 대공의 안목의 들여다본다.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 디에고 벨라스케스, 1656년경(오른쪽).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 디에고 벨라스케스, 1656년경.

‘매혹의 명화를 모으다, 예술의 도시 빈’은 빈미술사박물관의 명성을 높인 명화를 중점적으로 구성됐다. 카를 5세로부터 약 200년간 이어진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집한 예술품과 스페인령 네덜란드 총독으로 브뤼셀에 부임했던 레오폴트 빌헬름 대공이 수집했던 이탈리아와 플랑드르 지역의 수준 높은 회화를 만난다. 디에고 벨라스케의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와 피터르 파울 루벤스의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 안토니 반다이크가 그린 초상화 ‘야코모 데 카시오핀’ 등 걸작들을 볼 수 있다.

‘대중에게 선보이다, 궁전을 박물관으로’에는 18세기 마리아 테레지아의 시대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18세기 궁정 행사의 장대함을 볼 수 있는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의 약혼 축하연’과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만난다.

‘걸작을 집대성하다, 빈미술사박물관’은 19세기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시대를 조명한다. 19세기 말 황실 가족들의 연이은 죽음과 제국의 몰락으로 인해 비극적인 당시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한국과 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의 마지막 작품은 고종이 프란츠 요제프 1세에게 선물한 조선의 갑옷과 투구이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2023년 3월 1일까지 이어진다. 국가유공자 본인 및 동반 1인 무료. 일반예매는 인터파크 또는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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