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이 넘는 서울살이를 접고 귀농하여 농부가 된 이종사촌 남동생 부부가 있다. 귀농하기 위해 생업으로 하던 자영업을 폐업한 후 여러 곳을 발품 팔아 물색한 곳이 화천 ‘파로호’ 주변이다. 이제 귀농하여 농사지은 지 3년 차 농부다.

그는 어려서부터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을 많이 하고 자랐으나, 50이 넘어 시작한 자영업은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하루도 쉬어 본 적이 없었다니, 그들의 성공은 부부의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라 생각한다.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겪은 그들의 경험담은 나를 뒤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주변 어려운 분들에 대한 부부의 사려 깊은 배려는 나를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

​ 일생 마지막 목표는 귀농 생활로 일찌감치 계획을 세워두었기에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결단으로 자영업을 폐업했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바로 전이다. 그들이 귀농 후 정착한 이곳은 화천파로호 부근으로 1,000여 평이 조금 넘는 텃밭 딸린 농가 주택이다.

처음 지어보는 농사라 첫해에는 이웃분들이 토질에 맞는 종자며 파종 시기 등을 절기에 맞춰 미리 가르쳐주셨다고 했다. 대신 부부는 이웃분들이 손수 해결하실 수 없는 일들을 도와드리고, 여러 가지 생활 편의도 협조해드림으로써, 상부상조하며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으니 귀농의 성공 사례인 셈이다.

​ 젊었을 때부터 습관 된 그들의 부지런함은 여전해서 요즘도 아침 5시면 일을 시작한단다. 작년엔 수확한 강원도 찰옥수수 한 상자를 택배로 보내왔는데 옥수수 알알이 부부의 흘린 땀이 밴 듯하여 더욱 귀하게 여겨졌다.

그는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자연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었고, 그의 삶 또한 뿌린 대로 거두고 흘린 땀만큼 수확으로 보답하는 거짓 없는 흙을 닮아가고 있다. 그동안 너무 치열하게 살았던 탓일까. 자연에서의 쉼이 절실했었는지도 모른다. 귀농하기 전 걱정하는 주변의 우려에 고된 농부의 일은 운동 삼아 하면 되고, 친환경 먹거리까지 얻을 수 있으니 더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 했다.

“형님, 깨 쏟아지는 재미라더니 정말 재미있어요.”

수화기 너머 한껏 고무된 동서의 밝은 음성이다. 자랑하고 싶어서 전화했단다. 고된 농부의 일도 그들에겐 모두가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들이다.

농부가 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일생 최고의 선택’이 귀농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그들 부부의 표정이 환하다.

은퇴 후의 선택은 일생 중 마지막 선택이다. 행복의 기준은 주관적이어서 각자 다르긴 하나 마지막 선택이 일생 중 최고의 선택이 되었다면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 수 있을까?

꿋꿋하게 오뚜기처럼 일어선 그가 대견하고, 세상 풍파 견디며 마지막 선택한 귀농에서 최고의 행복을 찾은 그들 부부가 자랑스럽다. 스스로 노력하며 얻을 수 있었던 길이라 더욱 값지다. 힘든 노동에서도 보람을 찾고 소박한 농촌에서의 삶에 만족하며 사는 그들 모습에서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깨닫는다.

정경자 6·25참전유공자 정동숙의 장녀로, 초등학교 교사로 36년간 재직했다. 은퇴 후 때때로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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