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과 친일’ 전시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박물관 내부 모습.
‘항일과 친일’ 전시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박물관 내부 모습.
‘항일과 친일’ 전시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박물관 내부 모습.
‘항일과 친일’ 전시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박물관 내부 모습.

항일과 친일. 평행선을 달리는 두 ‘입장’은 광복 80주년을 향해 가고 있는 오늘도 아직 ‘뜨거운’ 화두이다. 정치적 낙인찍기가 아니더라도 두 갈래 길을 둔 선택의 과정과 이후의 결과는 여전히 역사적 관심범위 안에 있다. 항일과 친일, 백년 전 선조들의 선택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는 무엇을 담고 있을까.

경기도 31개 시군의 항일독립운동과 친일파에 대해 조명하는 특별전 ‘항일과 친일, 백년 전 그들의 선택’이 경기도박물관에서 9월 12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 지역의 의병활동을 들여다보고, 3·1만세운동의 장소와 인물을 기리고, 나라를 팔아 부귀영화를 얻은 친일파와 일제잔재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킴으로써 역사의 엄중함과 국가와 공동체의 중요성을 재인식고자 기획됐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의회가 지난해 5월 20일 제정한 ‘경지도 일제 잔재 청산에 관한 조례’에 따라 기획된 것으로, 최근 수년간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수행한 경기도 항일독립운동 문화유산 실태조사 등 여러 사업의 결과물과 국사편찬위원회의 일제감시대상카드, 국가보훈처의 독립운동 현충시설 자료, 문화재청의 자료 등을 한자리에 정리해 소개하고 있다.

‘오사카신보’가 1910년 9월 28일 발행한 ‘한국병합기념화보’(1910).
‘오사카신보’가 1910년 9월 28일 발행한 ‘한국병합기념화보’(1910).

 

또한 조병세, 김병엽, 박찬익 선생 관련 유물 등 그간 경기도박물관이 기증받은 근대·독립운동 관련 유물을 토대로, 여기에 민족문제연구소(식민지연사박물관)의 후원과 함게 안성3·1운동기념관, 제암리3·1운동순국기념관, 양평 몽양기념관, 여주박물관, 수원박물관, 민세안재홍기념사업회, 용인문화원 등 경기도의 항일독립운동 관련 유관기관과 단체, 개인 소장가 등 여러 곳으로부터 유물과 자료, 이미지와 영상물을 협조 받았다.

전시품은 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서화, 판화, 유화, 사진, 신문, 도서, 엽서, 영상물 등 200여점이며, 전시는 ‘대한제국의 비극, 그들의 선택’ ‘항쟁과 학살, 그날 그곳을 기리다’ ‘친일과 일제잔재’ ‘유물로 만나는 경기도의 독립운동가’로 구성됐다.

 ‘신반도사’에서 1910년 12월 4일 발행한 ‘병합기념조선사진첩'.
‘신반도사’에서 1910년 12월 4일 발행한 ‘병합기념조선사진첩'.

‘대한제국의 비극, 그들의 선택’에서는 한말과 대한제국기에 펼쳐지는 일본제국주의 국권침탈의 모습을 그린 임오군란, 청일전쟁, 러일전쟁, 정미의병 관련 유물과 죽음으로 일제에 항거한 순국열사 조병세, 최익현, 민영화, 이한응 선생의 유품과 무장독립항쟁을 위해 전 재산을 팔아 만주로 망명한 이석영 선생 일가에 대한 영상물, 지조를 지키는 마음을 표현한 윤용구·안중식·오세창·한용운 선생의 서화 등을 만날 수 있다.

‘항쟁과 학살, 그날 그곳을 기리다’에서는 3·1독립만세운동과 화성 제암리 학살 관련 유물과 자료를 전시한다. 유화 ‘제암리 뒷동산 만세소리’와 영상물 ‘4월의 어느 날’은 화성 제암리 3·1운동순국기념관의 협조를 받아 선보이는 것으로, 1919년 4월 15일 지금의 화성시 제암리에서 일본군에 의해 벌어진 끔찍한 만행을 그리고 있다.

‘친일과 일제잔재’에서는 경기도의 대표적인 10명의 친일파, 이완용, 송병준, 박제순, 이재곤, 박영효, 박필병, 민원식, 홍사익, 조희창, 홍난파와 송병준·송종헌 부자의 공덕비와 팔굉일우(八紘一宇, 세계를 천황 아래에 하나의 집으로 만든다) 관련 자료와 탁본을 전시하고 있다.

‘유물로 만나는 경기도의 독립운동가’에서는 경기도 출신 주요 독립운동가 류근, 여운형, 조소앙, 조성환, 박찬익, 안재홍, 신익희, 엄항섭 선생의 유물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여주박물관이 소장한 조성환 선생의 유품과 경기도박물관이 기증받은 파주 출신의 독립운동가 박찬익 선생 일가의 유품, 평택의 민세안재홍기념사업회가 소장한 안재홍 선생의 유품 등이 눈길을 끈다.

김태 작가의 유화 ‘제암리 뒷동산 만세소리’.
김태 작가의 유화 ‘제암리 뒷동산 만세소리’.

전시장에는 다양한 유물 외에도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가 제작한 주홍 작가의 샌드 애니메이션 ‘도마 안중근’을 비롯해 8개의 영상이 상영되고 있으며, 민족문제연구소가 간행한 ‘친일인명사전’과 지역사연구소·식민지역사박물관이 발간한 ‘우리 지역 일제잔재를 찾아라’, 경기일보의 기획기사 ‘경기도의 독립운동가를 만나다’ 등을 큐알(QR)코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람객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또한 1942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의정원 포토존과 체험존으로 ‘소망나무에 메시지 달기’, 태극기를 활용한 ‘태극 바람개비 만들기’ ‘나라사랑 태극기 만들기’ 등이 준비돼 있다.

100년 전 국가의 존망과 자신의 생사를 기로에 두고 중대한 결정을 내렸던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이번 전시는 9월 12일까지 경기도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계속 된다. 관람료 무료, 매주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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