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이 있는 연못’, 클로드 모네(1840-1926), 국립현대미술관. 이작품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시된다.
‘수련이 있는 연못’, 클로드 모네(1840-1926), 국립현대미술관. 이작품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시된다.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

삼성그룹 고 이건희 회장이 ‘문화유산 수집가’로서 남긴 말이다. 고 이 회장의 기증 1주년 기념전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8월 28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고 공립미술관 5개가 참여했다. 7개 기관 기증품 295건 355점이 전시된다.

전시품은 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의 금속, 도토기, 전적, 목가구, 조각, 서화, 유화 작품 등으로 시기와 분야가 다양하다.

이번 전시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은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249건 308점을, 국립현대미술관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등 34건 35점을 각각 출품했다. 지방미술관 중 광주시립미술관은 김환기의 ‘작품’, 대구미술관은 이인성의 ‘노란 옷을 입은 여인상’, 박수근미술관은 박수근의 ‘한일’, 이중섭미술관은 이중섭의 ‘현해탄’, 전남도립미술관은 천경자의 ‘만선’ 등을 선보인다. 전시품 중에는 국보 6건 13점과 보물 15건 20점도 포함돼 있다.

‘현해탄’, 이중섭(1916-1956), 이중섭미술관.
‘현해탄’, 이중섭(1916-1956), 이중섭미술관.

전시는 1부와 2부로 나눠 구성됐으며 1부 ‘저의 집을 소개합니다’는 수집가의 집을 은유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가족과 사랑’을 주제로 한 근현대 회화와 조각품을 만날 수 있다. 허물없는 가족애를 순진무구한 화풍으로 전달하는 장욱진의 ‘가족’에 이어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정약용의 ‘정효자전’과 ‘정부인전’을 만날 수 있다. 정약용의 두 작품은 강진 사람 정여주의 부탁을 받아 그의 일찍 죽은 아들과 홀로 남은 며느리의 안타까운 사연을 글로 쓴 서예 작품이다.

바로 이어진 공간은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관통하는 한국적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18세기 ‘백자 달항아리’와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을 통해 김환기의 추상 회화가 전통 문화와 자연에 대한 향수에서 출발했음으로 한 눈에 볼 수 있다. 또한 1부에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시되는 거장 클로드 모네가 만년에 그린 ‘수련이 있는 연못’도 만날 수 있다.

‘백자 달항아리’, 국립중앙박물관.

2부 ‘저의 수집품을 소개합니다’에서는 수집품에 담긴 인류의 이야기를 다시 네 가지 주제로 나눠 선보인다. 첫 번째 ‘자연과 교감하는 경험’에서는 조선시대 산수화와 현대 회화를 함께 전시해 시대를 뛰어넘어 자연을 영감의 원천으로 하는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자연을 활용하는 지혜’에서는 흙과 금속을 활용해 만들어낸 토기와 도자기, 금속공예품이 전시된다. 또 ‘생각을 전달하는 지혜’에서는 종교적 깨달음과 지식이 담긴 불교미술과 전저류가 전시된다. ‘기록 문화가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정보화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더욱 힘들다’라는 사명감으로 고 이건희 회장이 수집한 ‘초조본 현양성교론’, 금속활자로 인쇄한 초간본 ‘석보상절’ 등 귀중한 옛 책을 만나볼 수 있다.

이어 마지막 ‘인간을 탐색하는 경험’에서는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 된 개인의 각성을 예술품을 통해 살펴보고,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경계를 넘어서는 인간의 모습을 공유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

한 가지 더 이번 전시의 특별한 점은 4개월 간 이어지는 전시 기간 중 1개월마다 주요 서화작품을 교체한다는 것이다. 또 각 전시의 주제에 맞춰 전시품에 어울리는 영상물로 사계절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연출돼 있어 관람마다 색다른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8월 28일까지 계속되며 관람료는 일반 5,000원, 국가유공자 무료(사전예매 필수). 온라인예매 인터파크티켓, 예매문의 1688-0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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