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창원 8의사 묘역에서 열린 ‘창원 진전 국가관리묘역 지정 기념식’에서 황기철 국가보훈처장과 지역 보훈단체장, 8의사 묘역에 안장된 고 김수동, 변상복 지사의 유족 등이 묘역 안내판을 제막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창원 8의사 묘역에서 열린 ‘창원 진전 국가관리묘역 지정 기념식’에서 황기철 국가보훈처장과 지역 보훈단체장, 8의사 묘역에 안장된 고 김수동, 변상복 지사의 유족 등이 묘역 안내판을 제막하고 있다.

나라를 세우고, 되찾고, 바르게 지켜내기 위한 헌신과 공헌을 기리는 마지막 장소는 국립묘지(현충원, 호국원, 민주묘지)이다. 전국의 12개 국립묘지는 선열들의 고귀한 뜻을 기리고, 후세가 함께 더욱 든든한 우리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는 잠재력의 원천이기도 한다. 정부는 2017년부터 국립묘지 이외의 장소에 산재해 있는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의 합동묘역에 대해서도 국가가 관리하는 정책을 도입해 추진해 오고 있다. 공동체를 위한 희생은 그 묘소가 어디에 있든 존중받고 기려져야 한다는 당연한 이유 때문이다.

2020년 법제화 완료

59개 합동묘역 대상 작업 착수

‘국가유공자 등 합동묘역의 국가관리묘역 지정관리 추진 사업’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7년부터 치밀한 검토를 거쳐 추진해온 정책이다.

국가보훈처가 주요 정책과제로 검토해 오던 이 정책은 2019년 들어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합동묘역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무연고 국가유공자 묘소를 국가가 책임지고 돌보겠다”고 약속하면서 추진 동력을 얻었다. 보훈처는 전국의 묘역에 대한 조사에서부터 관리 방안 등에 대한 연구를 거쳐 정책의 법제화에도 나섰다.

드디어 2020년 9월 15일,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고, 이어 9월 25일 시행에 들어갔다. 법령은 ‘그동안 국가관리가 미흡했던 국립묘지 외의 장소에 안장되어 있는 독립유공자 및 국가유공자 등의 합동묘역에 대해 소유자·관리자 또는 유족의 요청을 받아 국가관리묘역으로 지정해 관리’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이로써 정책 추진의 근거를 마련한 보훈처는 서울 강북구의 북한산 국립공원 내 수유리 애국선열 묘역 등 전국에 산재한 59개 합동묘역을 대상으로 국가차원에서 상시 점검하고, 훼손을 복구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세부작업에 착수했다.

수유, 사곡 국가관리묘역 첫 지정

2021년 1월 24일, 국가보훈처는 북한산국립공원 내의 ‘수유리 애국선열 묘역 및 광복군 합동묘역’과 경기 안성시 공설묘지 내의 ‘전몰군경 합동묘역’ 2개소를 국가관리묘역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국가관리묘역 첫 사례가 된 두 묘역은 묘역 지정과 함께 각각 ‘서울 수유 국가관리묘역’, ‘안성 사곡 국가관리묘역’으로 명칭도 변경했다.

국가관리묘역이 된 서울 수유 국가관리묘역에는 김창숙(대한민국장), 손병희(대한민국장), 신익희(대한민국장), 여운형(대한민국장), 이시영(대한민국장), 이준(대한민국장) 등 독립유공자 32명이 안장돼 있는 곳이다. 역사책에서 만나볼 수 있는 독립유공자들이 북한산 일대에 흩어져 있던 수유리 묘역은 이제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묘역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6·25참전용사 58명이 안장돼 있는 안성 전몰군경 묘역도 일반 공원묘원에서 국가의 관리체계 안으로 들어와 국가묘역으로 지위가 바뀌게 됐다.

첫 관리묘역 지정이 이뤄진 후 국가보훈처는 “국가관리묘역 지정과 함께 전담 관리직원을 배치하고 묘역의 개보수를 실시하는 한편, 안내·편의 시설을 설치하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보훈처는 2021년 7월 경남 거제시 일원의 5개 합동묘역을 국가관리묘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작게는 24기에서부터 많게는 146기까지의 영령들을 모신 묘역은 새로운 지역 명소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올해에는 지난 1월 26일 순국선열 8위가 안장돼 있는 경남 창원 8의사묘역을 창원 진전 국가관리묘역으로 신규 지정하고 묘역 정비를 완료한 후, 4월 7일 국가관리묘역 지정 기념식을 개최했다.

달라진 묘역, 지역민 관심 집중

국가관리묘역으로 지정되면서 해당 묘역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8개 국가관리묘역에는 공통디자인을 활용한 진입시설물, 묘역 안내판, 묘역 배치도 등 안내 시설물이 설치됐다. 또 국가관리묘역 8개소에는 국기게양대를 새로 설치했고, 참배객 서명대와 향로 등을 구비해 참배여건도 크게 개선했다.

특히 서울 수유 묘역의 경우 묘역 지정을 계기로 지형 현황을 측량한 후 공간 재구성 작업을 통해 묘역 일대가 시민들이 즐겨 찾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로 태어나도록 설계했다.

보훈처는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산림청·문화재청·북한산국립공원 등 관계기관 간 협의가 이뤄지면 묘소별 관계자(후손, 기념사업회)와 개보수 사항을 지속적으로 협의하면서 설계내용을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국가보훈처는 지형 현황 조사과정에서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확인된 이준 열사와 이시영 선생 묘역 등에 대해서는 석축, 진입계단, 묘비, 안내판을 우선 정비 완료했다.

관리부실 묘소, 국가예산 투입 추진

올해 정책 추진방향

국가보훈처는 올해 기존 ‘국가관리’의 범위를 국가직접 관리에서 간접관리로 전환해 관리체계는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되, 정비 등 관리가 필요할 경우 정비계획을 제출받아 검토 후 국가예산을 투입해 지원한다.

즉 묘역의‘소유권·관리권’과 관계없이 합동묘역의 관리 상태에 따라 국가예산을 투입하는 경우 국가가 관리하는 것으로 간주해 보다 적극적인 국가관리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또 올해에는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지정을 희망했으나 신청이 미뤄지고 있는 묘소, 묘역 관리상태가 부실해 국가 예산 투입이 시급한 묘소를 신규 지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지정 대상인 묘소는 5~6개소로, 경기 화성 고주리 애국선열 6인 묘역, 양평 의병 묘역, 부산 가락동 국군묘지, 부산 가덕도동 국군묘지, 전남 여수 순국장병 공동묘지, 전북 순창 쌍치면 순직경찰 묘지 등이다.

국가보훈처는 올해도 묘역 지정 확대를 위해 지정 신청이 지연되고 있는 묘소를 대상으로 애로사항을 듣고 제도 도입의 취지를 안내해 지정을 적극 독려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보훈처는 전국 59개 합동묘역에 대한 기초 현황 조사와 현 관리자 등 이해관계자와의 면담을 통해 묘역관리의 제반여건을 파악하고 시급성에 따라 단기·중장기 관리방안을 마련해 국가관리묘역 지정관리 사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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