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보훈청 직원들이 자료보관실에서 제적자력철을 검토하며 유공자·유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만개한 봄꽃의 향기를 지나 초록의 싱그러움으로 가득한 대구수목원을 지나면 대구 달서구 대곡동 정부대구지방합동청사가 보인다. 이곳 청사 3층에 자리한 대구지방보훈청에서 봄기운처럼 활력이 넘치는 장은규(50) 주무관을 만났다.

지난해 하반기 든든한 보훈인으로 선정된 그와 함께 찾은 자료보관실에는 양쪽으로 천장에 닿을 듯 큰 서류보관장이 열을 지어 길게 늘어서 있고, 칸칸이 수백 건의 서류가 보관돼 있었다. 이 서류철은 국가유공자의 사망이나 또는 권한 상실에 관한 기록물인 제적자력철. 장 주무관이 꺼내보인 서류는 70년도 더 돼 손대기조차 조심스러운 상태였다. 흑백의 사진들과 온통 한자가 섞인 채 수기로 쓰여져 있어 여간해선 읽어내기 쉽지가 않을 듯했다.

장은규 주무관은 이곳을 보물창고라 부른다. 그는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미등록 6·25전몰군경자녀를 찾기 위해 오래된 서류더미 속에 파묻혀 지냈다. 팀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최근 2년간 1만1,000건을 조사해 미등록 6·25전몰군경자녀 145명을 발굴해 보물같은 권리를 찾아드렸기 때문이다.

“전수조사 하려면 하나하나 꼼꼼히 전량 수작업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지금은 설비를 잘 갖춘 자료보관실에 관리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제적자력철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아 보관실에 한 번 다녀오면 온 몸에 먼지를 뒤집어 써야 했죠. 또 대부분 내용이 한자로 기록돼 있어 학창시절보다 사전을 더 열심히 봐야 했습니다.”

대구지방보훈청에서 미등록 6·25전몰군경자녀 전수조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주 평범했다. 6·25전쟁 때 아버지가 전사하신 걸로만 알고 계신 분이 보훈병원으로 친구 병문안을 갔다가 ‘나도 혹시’하는 마음으로 대구지방보훈청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다행히 제적자력철에서 관련 기록을 금세 찾을 수 있었고 그분은 큰 어려움 없이 6·25전몰군경자녀 등록을 마쳤다.

이날을 계기로 대구지방보훈청은 제도를 잘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이 없도록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2년간 1만1,000건을 조사하면서 새롭게 145명의 보훈가족을 찾아내면서 대구지방보훈청의 제적자력철 전수조사는 숨은 권리를 찾아주는 적극 행정의 대표 사례가 됐다.

“한 번은 어렸을 때 양친을 여의고 정말 어렵게 사신 분께 연락을 드린 일이 있습니다. 그분은 아버지 위패가 서울현충원에 모셔져 있다는 것을 처음 아셨다며 한참을 말씀도 못하고 우시더군요. 먹고 사는 게 너무 힘들고 바빠 차마 생각도 못했다고. 국가가 아버지의 희생을 기억하고 예우하고 있는데 대해 자랑스럽고 또 감사하다고 하시는데 저도 그냥 같이 눈물을 쏟았던 기억이 납니다. ”

그는 아버지를 일찍 여읜 탓에 자신에게는 보훈가족들, 어르신들은 가족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안부를 물어오는 어르신의 전화는 반가운 만남이 된다.

장은규 주무관은 올해부터 새로 주택대부와 아파트특별공금 관련 업무를 맡아 어르신들의 주거안정을 책임지고 있다.

그에게는 지난 30년간 여러 업무 중 특히 지난 2년간 고군분투한 시간이 힘들었지만 재미있고 보람찬 기억으로 남아있다. 새로운 일도 역시 그의 보람된 열정을 기다리고 있을 듯하다.

그는 지금도 틈만 나면 주변 지인들에게도 ‘혹시 모른다’며 주변에 6·25참전용사의 유자녀가 있는지를, 그리고 반드시 등록신청 하기를 권한다. 제도를 잘 몰라 보훈가족으로 혜택을 못 받는 분들이 없게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고, 보훈처에서 일하는 한 이 권유 혹은 홍보가 그의 기본업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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