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지역 고등학생들이 ‘6·25&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전시회를 찾아 참전유공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해지역 고등학생들이 ‘6·25&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전시회를 찾아 참전유공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눈이 시릴 만큼 푸르른 바다가 펼쳐지는 해변도로를 따라 경남 남해군청을 지나면 남해유백문학관이 나타난다. 이곳은 지난달부터 ‘6·25&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전시가 열리면서 더욱 특별한 공간이 되고 있다. 입구부터 참전유공자들의 환한 미소로 가득한 현수막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전시장을 지키고 있는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사업추진위원장이자 6·25참전유공자 남해군지회장인 최준환(93) 참전유공자를 만났다.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사업은 2019년 경남 남해군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지역 내 참전용사들을 기억하고 기리고자 기획했다. 어르신들의 참전 역사와 경험담을 기록으로 남겨 영원히 잊히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기록의 공개 전시를 통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생생한 역사교육으로 나라사랑정신을 함양하겠다는 의미도 함께 담겼다.

남해군은 지난해 2월 6·25참전유공자 최준환 남해군지회장을 사업추진위원장으로 추대하며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곧바로 관내 참전유공자 315명을 가가호호 방문해 그분들의 사진과 일기, 훈장 등 옛 기록들을 수집하고, 경험담을 녹취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최 위원장이 동행한 가운데 기록을 정리하고 사진을 남기는 일은 추진위원회 서상길 사무국장이 도맡았다.

최준환 위원장은 지난해 이맘때 만났던 수많은 전우들을 다시 떠올렸다. “제가 정복차림으로 경례를 하면, 누워있던 전우도 벌떡 일어나 경례로 맞아줬습니다. 맨발로 우리를 반기는 전우들이 너무 반가웠습니다. 삼동면에 사는 한 전우를 찾아갔을 때 전우가 제 손을 꼭 잡고 왜 이제 왔냐며 한참을 아이처럼 소리내 울기만 했습니다. 저도 같은 마음이라 참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일일이 방문해 수집한 흔적들과 참전용사들의 녹취록을 정리한 내용은 남해유배문학관 로비 공간에 전시되고 있다. 패널 하나에 참전용사 한 명의 삶의 기록인 사진, 일기, 책자, 훈장 등 다양한 자료와 기증품이 들어갔다. 참전용사 315명의 1,286개에 이르는 흔적에는 오랜 시간 보관해온 정성과 함께 참전용사들의 전장과 이후 살아낸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지난해 6월 남해군 현충일 추념식 행사로 첫 선을 보인 후 남해읍갤러리에서 한 달간 전시됐지요. 전시는 많은 주목을 받았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우리도 해보겠다’는 문의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올해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남해유배문학관에 장소를 마련했습니다.”

지난달 2일 이곳에 조금 특별한 손님들이 이곳을 방문했다. 남해 창선고등학교 학생들이 전시관을 찾은 것이다. 학생들은 전시물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최 위원장을 비롯한 참전용사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이 눈망울을 반짝이며 질문을 쏟아낸 후 어르신들에게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자 최 위원장을 비롯한 전우들이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제가 참전했을 때의 나이와 비슷한 학생들이 저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진심을 다해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니 참 뭉클했습니다. 지금은 머리도 희고 늙었지만 학생들에게 전시품들을 설명해주며 창창했던 젊은 시절의 사진을 함께 볼 때는 저도 옛 시절로 돌아간 듯 했습니다.”

자라나는 미래세대에 생생한 교육의 현장이 된 전시는 새로운 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임시거처였던 남해유배문학관을 떠나,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전용 전시관’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남해군 이외의 지역에 사는 참전용사들의 자료도 수집하면서 전시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25전쟁에서 우리 전우들이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을, 그리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노병들의 생이 이번 전시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전시가 오래도록 남기를, 더 많은 참전용사의 흔적이 더해지기를, 그리고 노병들이 이 땅에 아직도 살아있음을 여러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전시: 호국보훈의 달인 6월까지, 경남 남해군 남해읍 남해유배문학관.

전시 및 흔적남기기 문의: 6·25&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사업추진위원회 055-86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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