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새 잎이 돋아나고, 자연은 새 봄을 맞이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봄 햇살보다 더 따스한 손길로 보훈가족을 돌보는 이가 있다. 반가운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광주 북구 광주지방보훈청에서 홍미숙(52) 보훈복지사를 만났다.

그가 보훈가족과 함께하기를 선택한 지 올해로 벌써 18년차. 그는 보훈가족을 위해 봉사한다는 일념으로 솔선수범하며 몸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그는 광주 북구와 전남 강진 지역을 담당하며 보훈섬김이 17명과 함께 보훈가족 180여 명을 보살피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일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오히려 갈수록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가유공자를 또 보훈가족을 내 부모님처럼 여기며 상담을 하고, 동료들을 형제자매처럼 여기며 서로 돕는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보훈가족을 자신의 어버이처럼 생각해온 그의 진심이 전달된 것일까. 그는 보훈가족으로부터 수시로 감사편지를 받는다. 편지에는 최근 촬영한 장수사진 덕분에 어르신의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었다는 가족의 이야기, 생계를 꾸리느라 아프고 연로한 부모님을 챙기지 못했던 자녀의 절절한 진심, 명절마다 잊지 않고 자신을 찾아주는 이들에 대한 반가움과 애정 등이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눌러쓴 사연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 편지들은 제 보물입니다. 사무실 서랍 속에 보관하면서 가끔 지칠 때마다 꺼내 보며 힘을 얻곤 합니다. 타성에 젖을 까 싶을 때는 편지를 읽으며 스스로를 점검하고 마음을 다잡기도 하지요. 제가 긍정적인 태도로 성실하게 일을 하는 것이 어르신들에게 행복한 순간이 된다면 저는 더 없이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시장을 가면 ‘이 물건이 있으면 어르신들이 더 편하실 텐데’, 경치가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면 ‘이렇게 좋은 곳에 어르신들을 모시고 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하다.

“제가 보훈가족을 돌보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우리 가족들이 참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특히 봉사를 생활화하고 이웃과 나누며 살아온 친정 어머니께서는 늘 제게 ‘나이가 들면 별 것도 아닌 일에 쉽게 상처를 받는다’며 ‘네가 더 잘해드려라, 먼저 다가가라’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지금도 항상 그 말을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그는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함께했다.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면 더 큰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지역방송과 라디오에 출연했고, 신문사 기고를 통해 재가복지서비스를 홍보했다. 가는 곳마다 우리 주변에 있는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과 관련한 따뜻한 일화를 소개했고 그것은 복지후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제 보훈복지사로서 어르신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훌륭한 동료들과 날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주시는 어르신들 덕분에 기쁜 마음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저의 조그마한 수고와 헌신이 나라가 어려울 때 두발 벗고 나섰던 분들의 삶에 기쁨이 되도록 남은 날 동안 최선을 다하고, 아쉬움은 한 톨도 남기지 않으려 합니다.”

자신을 돌아볼 틈도 없이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은 앞으로도 그가 보훈가족과 함께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따뜻하게 채워질 것 같다.

홍미숙 보훈복지사가 보훈가족의 가정을 방문해 재가복지서비스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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