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휴게공간에 마련된 ‘부루마불 대한독립’ 체험존에서 이영석 실장이 가족과 함께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휴게공간에 마련된 ‘부루마불 대한독립’ 체험존에서 이영석 실장이 가족과 함께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따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도 봄이 왔다. 조용하게 혹은 엄숙하게 역사관을 둘러보는 사람들로 차분하던 역사관 휴게실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역사관 여옥사와 격벽장 사이의 옛 창고이자 지금은 휴게소로 쓰이는 공간, ‘부루마불 대한독립’이라는 보드게임 체험존으로 운용중이다. 체험존에서 ‘부루마불 대한독립’ 제작사인 씨앗사 부루마불의 이영석(40) 사업총괄(실장)을 만났다.

세계여행을 테마로 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보드게임 제작사 ‘씨앗사 부루마불’의 부루마불은 이영석 사업총괄과 그의 가족이 주축 되어 이끌어나가는 사업이다. 올해 3월 씨앗사는 서울지방보훈청과 손잡고 독립운동을 테마로 하는 보드게임을 출시했다.

“부루마불은 아이들이 놀면서 상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교구재로써 활용이 높습니다. 지금도 20~30대들의 추억이 담긴 게임이죠. 저희는 역사를 테마로 하는 새로운 게임 개발을 구상하던 중 지난해 1월 서울지방보훈청에서 먼저 ‘독립운동’을 테마로 한 게임 개발을 제안해주셨습니다. 저는 바로 ‘이거다’하는 생각이 들었고, 함께 실무 협의를 거쳐 곧바로 게임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이영석 실장은 이 소식을 아버지인 이상배 대표에게 알렸다. 아버지는 평소 자신의 할아버지께서 독립운동을 하셨다면서 그 후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야한다 강조하셨고, 이번 프로젝트를 적극 지지했다. 각각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감수는 서울지방보훈청이, 게임 전문가인 씨앗사가 개발과 디자인 등을 맡았다.

게임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가장 먼저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폭 넓은 연령대가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 5학년 교과과정에 맞춰 독립운동 관련 사건 28개를 선정했다. 기존의 게임이 서로 경쟁하는 구도였다면 ‘대한독립’ 부루마불은 참가자들이 ‘일제의 수탈’ 카드의 방해공작에 맞서 독립운동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협동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게임은 재미를 위해 참가자 간 경쟁이 필수요소입니다. 하지만 독립운동을 다루면서 누구는 일제가 되고 누구는 독립투사가 되는 식으로 진행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요. 고민 끝에 게임 방식을 모두가 협력하는 방향으로 모두가 승리자가 되도록 설계를 조정했습니다. 독립이라는 열망으로 남녀노소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쳤던 선조들의 모습을 구현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게임 개발에 몰두하던 지난해 광복절, 이영석 씨는 뜻밖의 기쁜 소식을 들었다. 자신의 증조할아버지께서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아 광복절을 계기로 대통령표창을 받게 됐다는 것. 독립유공자 신청을 친척 어르신께서 했기에 뒤늦게 소식을 알게 됐다.

“어렸을 적 아버지로부터 증조할아버지께서 독립운동 자금을 전달하며 독립운동을 하셨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그때는 독립유공자 신청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는데 할아버지 형제의 자제분께서 신청을 하셔서 증조할아버지께서 독립운동 유공자로 인정받게 된 것이죠. 마침 그 시기가 저희가 게임 개발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부루마불 대한독립’이 더욱 더 운명처럼 다가왔습니다.”

뜻하지 않았던 이 소식은 게임에 대한 더 깊은 애정과 진정성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500개 제작을 목표로 서울지방보훈청과 MOU를 체결했으나, 올해 3월 이영석 실장의 의지와 사원들의 뜻을 모아 1,500개를 기부키로 결정했다. 총 2,000개 제작된 보드게임 ‘부루마불 대한독립’은 현재 서울 소재 292개 초등학교에 배포 완료됐다.

“저희가 게임 하나를 개발하면 학생들을 만나 실제로 게임을 같이 해봅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면 애국지사와 독립유공자 후손을 모시고 함께 ‘부루마불 대한독립’을 하는 상상을 합니다. 그분들이 게임을 받아들고 손자들과 흐뭇한 표정을 지으실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집니다.”

인기게임에 독립운동의 ‘유전자’를 심어낸 그는 어린이들이 자신이 만든 부루마불을 통해 역사를 만나고 단단한 나라사랑 정신을 갖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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