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지역의 전통시장에서 김성수 씨와 특수임무유공자회 광주시지부 회원들이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지역의 전통시장에서 김성수 씨와 특수임무유공자회 광주시지부 회원들이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아직은 날선 겨울바람이 부는 광주광역시 동구 선교저수지, 살을 에는 차가운 물에 성큼 몸을 담그는 이들이 있다. 특수임무유공자회 회원 몇 명이 잠수복을 입고 저수지 안쪽으로 들어가고, 다른 회원들은 잠수부를 도와 폐기물을 건져내는 한편 주변의 우거진 수풀에서 쓰레기를 수거한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열을 지어 환경을 정화하는 회원들의 얼굴에서는 보람에 가득한 땀방울만이 흐른다. 그 대열에서 김성수(49) 씨를 만났다.

그는 2003년부터 20년간 특수임무유공자회 광주시지부의 명예회원으로 단체의 각종 봉사활동과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참여해 왔다. 매주 토요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는 꼬박꼬박 특수임무유공자회의 봉사활동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에는 그 노고를 인정받아 국가보훈처 보훈단체 선양활동 모범 참여자로 선정돼 표창을 받았다.

“기쁘긴 했지만 다른 편으로는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저처럼 명예회원으로 활동하는 분들이 여럿 계시고, 특수임무유공자 회원 중에도 저보다 더 오래 더 열심히 활동해온 분이 계신데 제가 상을 받게 됐으니 말입니다. 앞으로도 부지런히 봉사를 이어나가라는 뜻으로 생각하고 고맙게 받겠습니다.”

소소한 인연으로 시작된 그의 첫 봉사는 끈끈한 전우애로 이어졌다. 20대부터 지역의 요양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던 김성수 씨에게 20년 전 친한 형님이 자신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그곳은 특수임무유공자회 광주시지부였다. 특수임무유공자가 중심인 단체지만 지역사회 봉사를 위해 뜻있는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 효과를 최대한 높여보자는 뜻이었다. 그는 고민하지 않고 그 손을 잡았다.

그날 이후 김성수 씨는 매주 토요일이면 이른 아침부터 봉사활동에 나갈 채비를 한다. 가끔은 고등학생인 딸이나 중학생인 아들이 따라 나서기도 한다. 영산강과 광산구 송산유원지, 남구 물빛근린공원, 동구 선교저수지, 지역의 전통시장부터 전남 여수, 목포, 충북, 나주까지 광활한 지역으로 이어진다.

영역이 넓은 만큼 활동도 다양하다. 산이나 바다, 수변 공원 등에서는 환경정화 활동을 펼치고, 수해가 발생하면 피해를 입은 농가를 찾아가 일손을 돕는다. 수해 지역에서는 진흙 속에 파묻히고 망가진 비닐하우스를 해체하고, 복구 작업을 하는 일이 무척 고되다. 김성수 씨는 10여 년 전 수해복구 현장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수해복구를 마무리하고 돌아가려는데 등이 굽은 어르신이 오셔서 회원들 모두의 손을 일일이 잡으면서 고맙다고 몇 번씩이나 인사를 하시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그 손을 잡으며 앞으로도 많은 봉사를 해야겠다 결심했습니다.”

봉사로 다져진 그의 이웃사랑은 그 범위를 점차 넓혀갔다. 김성수 씨와 특임 회원들은 지역축제가 있을 때면 안전요원으로 변신했다. 또 지역 내에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 댁으로 연탄이나 위문품을 전달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방역에 집중적으로 힘썼다. 방역복을 꼼꼼히 챙겨 입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와 전통시장 등을 찾아 소독을 하면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진다. 그래도 그는 이 일을 멈출 수 없다.

그렇게 20년간 특수임무유공자회와 함께 봉사하면서 동고동락하는 세월이 쌓이자 그의 나라사랑하는 마음도 깊어졌다. 매년 회원들과 함께 전적지 순례에도 참여하고, 안보사진전 전시회와 독도지킴이 전시회에서는 안내역을 자처한다. 이제는 명예회원이 아니라 그냥 회원이 된 듯 하다.

“특수임무유공자라고 하면 아직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를 아는 분들은 가끔 특임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은지 물어보시는데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라고 얘기하죠. 그분들의 투철한 나라사랑정신을 보며 많은 배움을 얻습니다. 또 우리사회를, 나라를 생각하고 공헌하고자하는 마음이 큰 분들이라 함께하는 모든 활동이 자랑스럽습니다.”

그의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아직도 보람을 안겨주는 특수임무유공자회와 함께해 온 20년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그는 최근들어 자신처럼 명예회원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웃사랑과 행복나눔을 실천하면서 우리 세상의 희망도 더 커지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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