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들 알고 계시는 심근경색증과 같은 관상동맥질환은 가장 잘 알려진 심장혈관질환입니다. 하지만 다리가 아픈 것도 혈관질환 때문이라고 하면 깜짝 놀라실 것 같습니다.

걸어 다닐 때 엉덩이, 다리, 특히 종아리가 아프거나 당기거나 저린 증상으로 척추질환을 의심하며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중에는 다리의 동맥에 동맥경화증이 발생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말초동맥질환’ 때문인 경우가 종종 발견됩니다.

말초동맥질환 중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것이 바로 다리의 말초동맥질환입니다. 다른 동맥경화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이 발생하고 그 빈도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말초동맥질환의 가장 흔한 증상은 ‘파행’으로 걸어다니거나 오르막길 또는 계단을 오를 때 엉덩이부터 종아리까지 당기거나 저린 증상이 발생하고, 쉬면 나아집니다. 다리의 동맥 중 어느 위치에 질병이 발생한 지에 따라 엉덩이부터 발가락까지 파행이 나타나는 위치가 달라집니다.

다리의 말초동맥질환이 심해지면 발가락, 발등, 발뒤꿈치에 상처가 발생해 잘 낫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괴사가 발생하는 중증하지허혈로 진행되면 발 또는 다리를 절단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특히 당뇨가 오래됐거나 신장질환이 있으신 분들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습니다. 물론 전통적인 동맥경화증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흡연도 영향이 큽니다.

다행히 말초동맥질환 검사는 아프지도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 발목상완지수 검사를 통해 쉽게 진단이 가능합니다. 검사에서 이상이 있으면 혈관초음파, 혈관CT 또는 혈관MRI를 시행합니다.

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며 약물치료와 혈관재개통술이 있습니다. 파행 증상만 있는 경우 약물치료를 먼저 시작합니다.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제제와 실로스타졸과 같은 혈관확장제를 사용하고 운동요법을 병행합니다. 물론 동반된 질환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특히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에 대한 약물치료는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약물치료와 운동요법을 시행했음에도 개선을 보이지 않거나 중증하지허혈을 보이는 경우 협심증, 심근경색증과 같은 관상동맥질환의 치료에 사용하는 혈관재개통술인 풍선확장술 및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해 좁아지거나 막힌 혈관을 뚫어줍니다.

오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즐겁고 건강하게 사는 것입니다. 무심코 넘길 수 있는 다리 통증과 더불어 내 몸의 고통을 방치해 병을 키우지 않도록 세심하게 스스로의 몸을 돌보는 주의력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좋은 치료는 예방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김수홍 부산보훈병원 순환기내과 내과부장, dhugie@bohu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