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휘현 주무관이 경기동부보훈치청을 찾은 민원인에게 처리 완료된 서류를 넘겨주고 있다.
진휘현 주무관이 경기동부보훈치청을 찾은 민원인에게 처리 완료된 서류를 넘겨주고 있다.

간밤에 내린 눈이 쌓여 경기도 용인의 경기동부보훈지청 앞은 고요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밖이 엄동설한의 겨울이라는 것도 잊은 듯 직원들은 바삐 움직이며 민원을 해결하느라, 또 책상에 앉은 직원들은 울리는 전화에 응대하느라 바쁜 모습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그 가운데 지난달 든든한 보훈인으로 선정된 진휘현(28) 주무관이 있다.

진휘현 주무관이 국가보훈처에서 일을 시작한 것도 이제 4년차. 경력만 놓고 보면 아직 베테랑이라 하기 어렵지만 그가 업무를 처리해내는 실력과 열정은 충분히 베테랑이라 할만하다.

그는 지난해 보상과에서 알피에이(RPA, 반복업무 자동화 기술)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그간 지청에서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일들의 효율을 대폭 향상시켰다. 수작업으로 처리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확성이 떨어지던 업무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이 방식은 국립이천호국원과의 협업에서 진가를 나타냈다. 그는 호국원에 안장돼 계시지만 6·25참전유공자로 등록을 하지 않은 분들을 찾아내는데 이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5만명이 넘는 안장자를 전수조사하는 데는 아무리 빨라도 수작업으로 3~4개월씩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휘현 주무관은 이 방대한 작업을 3일 만에 끝내고 2,200여 명의 미등록자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는데 기여했다. 그는 대학에서 배웠던 전산수학을 프로그램의 수치 해석에 적용했다. 전공 지식을 제대로 활용한 경우인 셈이다.

꼼꼼하게 일의 효율성과 수요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는 고엽제후유(의)증 결정 안내 공문에 등급안내와 함께 보훈가족이 가장 궁금해 하는 보상금 지급액과 소급일자를 기재해 함께 안내하는 방법을 현장에 적용했다. 평소의 궁금증을 한 번에 해결하게 된 보훈가족들의 호평이 이어졌고, 관련 민원도 대폭 줄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보훈처 직원들의 마음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보훈가족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은 무엇인지를 중심에 놓고 생각을 정리하면 자연스레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실력발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지난 2년간 예상치 못한 결원으로 모든 직원들이 업무과중으로 힘들어했지만 지청의 ‘돈독하게 감싸주는’ 분위기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항상 보훈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과장님과 업무를 익히도록 도와준 선배님들, 서로의 짐을 나눠들어준 동료들 덕분에 더 잘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저도 신입 직원들에게 조언할 수 있는 입장이 되어 ‘든든한 보훈인’이자 ‘좋은 선배’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보훈처가 이번에 든든한 보훈인으로 그를 선정한 것은 앞으로 흔들리지 말고 제 역할을 다하라는 격려의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진휘현 주무관은 보훈과로 자리를 옮겨 보훈행사를 맡게 됐다. 업무를 맡으면서 코로나19에 맞춰 새로운 기획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제는 코로나19가 끝날 상황을 대비해 다채로운 행사 기획도 구상해야 한다.

진 주무관은 조금은 가슴 설레며, 준비하는 행사들이 비대면이 아닌 대면 행사가 되길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그는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을 직접 뵙고, 손에서 손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따뜻한 정을 나누는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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