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달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청 앞 바람마당에서 열린 ‘2015 미아리고개를 넘어 미래로 통일로’에서 참석자들이 평화의 비둘기 풍선을 날리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시 성북구청 바람마당. 6·25전쟁 당시 미아리 고개에서 분투를 벌였던 호국용사들의 정신을 되새기며 미래세대에 ‘평화와 희망, 그리고 통일’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미아리고개를 넘어 미래로 통일로’ 행사가 열렸다.

행사는 56사단 군악대의 식전 공연으로 화려하게 포문을 열었다. 강렬한 가을 햇빛 아래 자리를 지키는 참전용사들을 위로라도 하듯 공연은 흥겹고 포근했다. 식전행사 직후 개회한 행사에서는 극단 ‘사조’가 6·25전쟁 당시 미아리 고개를 넘는 납북포로의 애환을 재연했고, 이후 영상물로 미아리 전투를 상세히 소개했다.
 
수많은 청년들이 전투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강제 납북됐다는 설명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동시에 전우들을 보내고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의 한 맺힌 마음이 약간이나마 이해되는 듯 했다.
 
행사는 동구여자중학교 학생뮤지컬단의 뮤지컬 갈라 공연으로 이어졌다. 전쟁의 참담함을 묘사한 테마뮤지컬로 전쟁을 모르는 세대의 공연이었지만 그들의 노래에서 윗세대의 아픔을 나누고 조국을 지켜준 감사함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행사장 주변 성북구청 일대에서는 6·25 당시 처절했던 모습을 담은 200여점의 사진 전시회와 국군을 지원했던 애국부인회의 주먹밥 시식행사, 우리 군의 현대화 장비 전시회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진행됐다.
 
행사장은 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참석해 비단 참전용사와 군인들의 ‘과거’를 넘어 ‘오늘’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었다.
 
이날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격려사를 통해 “민족의 아픔과 한이 남은 채로 광복 70주년에 이르렀다”며 “통한의 아픔이 되풀이 되서는 안 되고 국민이 갈등과 분열을 넘어 하나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단상에 오른 호국단체 인사들 역시 6·25 당시 납북포로를 추모하고 미아리 전투가 지닌 의미를 되새기며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할 뜻을 밝혔다.
 
군악대 연주와 다큐멘터리 영상, 극단과 뮤지컬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와 전시는 일반 시민이 미아리고개에 얽힌 아픈 역사를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행사에 참여한 중학생 장윤영(14)양은 “이 곳에 살면서도 미아리 전투에 대해 잘 몰랐지만 이번 행사 덕분에 많은 분들의 희생으로 우리나라가 지켜졌고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주최한 박상찬 성북구 재향군인회장은 “미아리고개 전투의 상징성은 국내 주요 전투와 비추어도 그 의미가 작지 않은 만큼 이 행사를 통해 당시 미아리 전투에서 희생된 호국영웅들에 대한 재평가 작업도 함께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터뷰 - 미아리 전투 참전용사 최홍택(88) 씨
 
- 미아리 전투에 대해 기억나는 점은.
“죽는 것도 힘들다는 것도 모르고 그저 미아리 고개를 넘으려고 애썼다. 전투는 계속돼야 하고 미아리는 북으로 진격하기 위한 단 하나뿐인 매우 중요한 길목이었기 때문이다. 막히면 뚫고 막히면 뚫는 전투를 계속했다. 북진하기 위해서는 미아리를 거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 함께 싸웠던 전우가 아직 남아있나.
“전우도 부대원도 아무도 없다. ‘단장의 미아리고개’ 이 노래를 들으면 아직도 눈물이 핑 돈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전우가 사라져 갔는지 모른다. 내가 혼자 살아 있는 것도 죄스럽다. 그립고 보고 싶다.”
 
- 행사에 참여하시면서 느낀 점은.
“매년 행사가 열리면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조국이 위기에 처했기에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인데 잊지 않고 기념해주는 것에 감사한다. 우리는 6·25를 불의에 겪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 하루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

취재 보훈처 온라인기자 차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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