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0일, 6·25전쟁 미군 실종장병 가족들이 파주 임진각을 찾아 실종장병의 초상화를 안은 채 추모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는 6•25전쟁에 참전한 미국군 실종장병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 6•25전쟁에서는 약 180만 명의 미군이 참전해 약 5만 4,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그중 상당수는 아직까지 ‘실종’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의 추념식장에는 미국군 실종장병의 유가족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당시와 그 상황에서 실종된 이들을 그리워하며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특히 식전 기념비를 돌아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그들의 모습에 쉽사리 말을 걸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행사 중 미국군 실종 장병 유가족 대표로 조르자 씨가 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는 장면은 너무나 숙연한 분위기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야 아버지가 믿은 가치(자유)를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돌아가신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굉장히 자랑스럽습니다”

조르자 씨는 2살 때 아버지와 인사한 이후 다시는 보지 못했고 아버지를 찾기 위해 어린 시절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머리가 하얗게 된 60여 년의 세월 동안 아버지를 그리워한 딸의 그리움이 느껴져 가슴이 져려왔다.

행사 끝자락에는 박승춘 보훈처장이 유가족들에게 장병들의 초상화가 담긴 유화액자를 전달하는 순서가 진행됐다. 유가족들은 저마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초상화 액자를 받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끼리 사진을 보고 말을 걸기도 하고 서로 안아주는 모습에 참석자들 모두 눈시울이 붉어졌다.

취재하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외할아버지가 6•25에 참전하셨기에 희생 장병을 기리는 오늘 이 행사가 정말 뜻 깊게 느껴졌으며 반세기가 넘는 시간을 그리움과 아픔을 겪은 유가족의 심정이 느껴져 가슴이 아팠다.
미국 정부의 통계에 의하면 6•25전쟁 실종 미국 참전용사는 7,8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수는 7,800여 가구가 지금까지 가슴에 아들이나 아버지들을 묻은 실종장병 유가족이라는 뜻이다.

2008년부터 한미 공동유해 발굴이 시작됐으나, 발견된 실종자 유해는 10여 구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너무 안타까웠다. 유해발굴 작업을 빨리 진행해 유가족의 아픔을 하루라도 덜어주고 이들의 희생을 기리고 기억하는 것이 앞으로의 평화통일을 준비하는데 소중한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65년 전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 와서 싸운 수많은 벽안의 장병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자유와 민주주의였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드리고 있는 이런 소중한 가치는 그들의 피와 희생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더욱 깊게 다가온다.

 

인터뷰 - 미 해군 아더 로버트 모린 대령의 딸 캐서린 무사시 씨

- 한국을 방문한 소감.
“현충원에도 다녀오고 전쟁기념관에도 다녀오고 한국에 방문하고 있는 순간순간이 매우 감동적입니다”

- 6•25 당시 아버지께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한국 전쟁 당시 중공군이 전쟁에 개입하자 아버지께서는 직접 비행기 조종사로 지원해 참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DMZ에서 실종되신 것으로 아는데 온 가족이 아버지를 항상 생각하며 그리워하고 있다.”

- 전쟁을 겪지 않은 우리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아버지는 한국전쟁, 그리고 삼촌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두 분 모두 실종됐다. 이런 아픔을 겪는 것은 우리 세대만 경험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부디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는 이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취재:보훈처 온라인기자 손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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