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군 참전용사들이 4월 23일 경기도 파주 영국군 설마리전투추모공원에서 열린 설마리전투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4월 23일, 경기도 파주시의 산기슭 조용한 벌판에는 아주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바로 1951년 지금 이맘때인 4월 중순에 벌어진 설마리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열린 영국군 제29여단 임진강 격전 제64주년 기념식이다. 설마리 전투는 1만여 명의 중국군을 400여 명인 영국군이 그 공세를 막아내고, 중국군이 서울을 공격할 시간을 지연시켜 준 역사적인 승리의 전투다.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기념비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기념식장. 기념식이 시작되기 20여분 전이었지만, 단정하고 말끔한 군복 복장으로 기념식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안내해주는 현역군인들과 직업군인들의 모습에서 장대하고 엄숙한 이번 기념식의 분위기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기념식장에는 군인들 뿐 아니라, 오늘의 주인공인 영국 참전용사들과 참전용사 가족들, 국내 참전용사, 미국과 영국의 현역군인, 국내외 고등학생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군악대의 연주가 진행될 무렵, 주변에서 국내 참전용사들을 볼 수 있었다. 다소 연로하신 나이고, 전쟁의 상처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정정해보이시는 모습에 기뻤다. 또 이미 서로 잘 알고 있는 사이인 듯 담소를 나누는 모습에서 당시의 끈끈한 전우애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기념장 곳곳에서 연주를 듣고 있는 우리나라 고등학생들, 외국에서 온 청년들과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유엔국과 국군 참전용사들도 ‘저런 젊은 나이 때 전쟁터에서 씩씩하게 싸웠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불안하고 역동적인 시대 속에서 그분들이 젊은 시절 전쟁터에서 나라를 지키려 힘써 싸우신 덕에 현재 시대의 우리 젊은이들이 전쟁이란 단어를 모를 정도로 편안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 되새겨져 새삼 가슴이 뭉클해졌다.

군악대의 연주가 끝나고 드디어 영국참전용사들이 기념식장에 입장했다.

몸이 불편해 휠체어에 앉아 입장하면서도 밝은 미소로 기념식 참가자들을 맞이하는 영국군 참전용사 스피크먼 씨의 모습에서 60여전 전 영국군의 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어 설마리 전투의 긴박했던 상황들, 승리의 전투를 맞이하기까지 치렀던 숭고한 희생 이야기를 기념사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근현대사를 전공하면서도 처음 듣는 설마리 전투의 스토리에 다소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나라와 민족을 지키고자 애쓴 우리나라의 호국영웅들을 기억하면서도, 다른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정신으로 우리나라를 위기에서 도와준 참전용사들도 당연히 기억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기 속에서 발을 딛고 일어선 우리나라만 사랑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을 디딜 때 손을 잡아주고 다독여준 이웃 나라도 사랑하기.’

오늘 기념식이 나에게 준 이 큰 메시지는 선물과도 같았다. 이 메시지를 잊지 않으려 노력할것이며, 그들의 희생이 더욱 열매를 맺도록 하는 과제가 나와 우리 모두에게 남겨졌다.

 

인터뷰- 영국군 참전용사 에링톤 킨(Erington G. Keen) 씨.

- 설마리에 대한 기억은.
“1951년 4월 초 파주에 도착했을 때 파주는 매우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하지만 많은 수의 중공군이 들이닥치고, 중공군이 이곳저곳 광범위하게 개입된 상황에서 우리는 적은 수로 중공군을 막아내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그들을 저지하는데 큰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 전쟁 중 두려움과 많은 위기들이 있었을 텐데.
“죽음, 어려움, 사고는 피할 수 없고 언젠가는 당연히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삶의 철학은 이런 것들은 반드시 직면하게 됨으로 그것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나아가자’다. 당연히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두려울 필요 또한 없었다.”

- 한국을 방문한 소감.
“매우 놀라운 발전을 이룬 한국이 자랑스럽고 개인적으로 큰 보람을 느낀다. 또 우리의 희생을 잊지 않고 보답하려고 노력하는 한국 정부에 감사하다.”
<국가보훈처 온라인기자 차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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