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직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태리 르네상스시기 피렌체의 대 사상가 마키아벨리는 그의 명저 ‘티투스 리비우스의 로마사논고’에서 공화주의의 철학을 정립하였다.

그는 공화정에서 누가 덕성을 가진 자인지 또 누가 배은망덕한 자인지, 그것이 민중인지 그것이 지도자인지를 물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5세기가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르네상스 피렌체와 오늘날 한반도가 유사한 대내외적 상황에 처해 있다. 이번의 ‘세월호 참사’는 우리나라 선박사고 중 가장 큰 참사로서 전 국민과 유족들에게 수없는 아픔을 가져다주었다.

그중 국민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사고선박의 선장과 승무원들이 수 백 명의 무고한 승객들과 배를 버려두고 저들만 제일 먼저 빠져 나온 것이다.

2014년 4월의 세월호 침몰사태는 자신을 희생하고 무한책임을 지는 사람들의 역할이 위기에 닥친 공동체에 얼마나 크게 중요한 것인지, 또 그것이 부재할 경우 그 결과가 얼마나 큰 재난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 같이 볼 때에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아끼지 않고 희생한 이들에 대한 보훈정신의 중요성과 가치를 새삼 절실히 깨닫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신적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국가와 국민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돌아보아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수립하고 수호하기 위해 헌신한 선열과 독립 및 참전 유공자들을 더욱 기억하고 추모해야 한다.

국가수호 위한 고귀한 희생정신특히 6·25전쟁기에 국가를 수호하고 자유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공훈을 기억하고 기념해야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과 국민들의 발전과 번영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수호하기로 결단한 이들의 고귀한 희생정신 없이 달성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50년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유의 수호라는 보편적 가치를 위해 국제사회의 대대적 지원을 받았다. 유엔의 참전국가 16개국은 우리나라가 6·25전쟁의 발발로 누란지세의 대위기에 처하였을 때 큰 도움을 준 나라들이다.

우리를 직접 도와준 16개 국가들은 지원 병력 순으로 열거하면 미국, 영국, 캐나다, 터키, 태국, 그리스, 호주, 필리핀, 네덜란드, 콜롬비아, 뉴질랜드, 이디오피아, 벨기에, 프랑스, 남아공, 룩셈부르크다. 이들 외에도 오스트리아, 아르헨티나, 대만, 사우디 및 독일 등 경제원조 및 전후복구 지원국이 총 39개국 더 있다.

중남미나 유럽 등지에서 작은 나라들이지만 원조를 아끼지 않았고 또 가장 큰 경제원조를 한 나라 오스트리아 역시 작은 나라이다.

최근 대한민국 정부가 세계 각국에 있는 6·25참전용사들에 대하여 감사를 표시하는 일련의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

6·25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정부와 지자체는 해외 6·25참전용사들과 그 가족들을 초청하여 현충원과 판문점을 방문하고 국내 참전용사들을 만나게 하는 뜻 깊은 행사를 개최하였다. 또한 최근 한국전쟁기념재단은 해외 6·25참전용사의 후손들에 대한 장학사업의 일환으로 콜롬비아의 살라자르라는 청년에게 장학금을 수여하였다.

이런 것들이 ‘보훈외교’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대한민국이 어려울 때에 도와준 나라에 대하여 이들의 공을 기억하고 이것에 감사함을 표현하는 노력은 그 규모가 작은 행사일지라도 의미는 큰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과 국가가 우리 국가 공동체의 수호와 발전에 기여한 외국과 외국인들에게 이들의 공훈을 인정하고 기억하며 보답하는 것은 크게 칭찬할 일이다.

유엔참전용사에 깊은 감사를또한 이를 통하여 우방 국가들이나 국제사회 구성원들에게 대한민국의 보훈활동을 알리는 것은 국격을 높여주는 성숙한 외교적 행위이다.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각종 시민단체나 지자체도 적극 나서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민들과 단체들이 민주화와 산업화에 성공하였고 자유와 인권 그리고 평등과 평화 등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고 성숙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21세기 대한민국의 보훈 정신은 대내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와 민주공화정의 보편적 가치를 선양한 시민적 덕성과 리더십을 조명하여야 하며 대외적으로는 같은 보편적 가치를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국제사회의 국가들과 국제기구 및 국제시민들과의 수평적 연대로 확장되어야 한다.

보훈은 국가의 발전과 안보의 보이지 않는 초석이다. 보훈은 자유와 평등과 민주와 정의 등의 우리사회의 보편적 기본가치와 정신을 일깨워주고 젊은이들과 기성세대들의 유대를 강화해 준다.

우리는 특히 세월호 참사로 정신적 위기를 맞이한 현 시점에서 조국과 민족을 수호하기 위하여 희생된 수많은 고귀한 이들의 정신을 기억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건국 후 65년이 지났다. 우려되는 것은 요즘 대한민국 수호와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끼친 이들과 우방 국가들의 지원에 대하여 우리가 망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정부는 6·25전쟁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가나 국민에게 큰 도움을 준 나라와 개인과 단체에 대하여 끊임없이 감사를 표시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위대한 덕성을 가진 지도자와 시민을 가진 나라는 보훈정신을 소중히 여길 줄 알며 나라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데에 우방 국가들이 기여한 숭고한 희생들에 대해 기억하고 보은해야하는 것이라는 점을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하겠다.

이제 해외여행 때에 우리도 해외의 한국전쟁참전 용사의 기념비와 기념관들을 참배하고 한국인들의 감사를 표하는 마음을 전하는 작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 외부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나라사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