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장충동 장충단 공원. 이곳은 조선시대 때 을미사변·임오군란으로 순사한 충신과 열사의 제사를 지내던 제단이 있던 곳으로, 제단은 6·25전쟁 때 소실되고 지금은 순종의 친필인 ‘장충단’이 새겨진 비석만 남았다.

장충단 공원에서는 또 하나의 중요 현충시설 ‘한국유림독립운동파리장서비’를 만날 수 있다. <사진>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곽종석, 김복한 선생 등 137명의 유림이 일본 침략을 폭로하고 독립을 호소하는 파리장서를 작성했다. 이 파리장서는 김규식 선생이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만국평화회의에 제출됐고, 조선의 독립문제와 관련한 국제 여론을 환기시켰다. 파리장서 제출에 연루된 유림들 일부는 망명을 택하거나 체포돼 순국했고, 이 사건은 한국유림이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

1973년 한국유림독립운동파리장서협회는 유림의 독립정신을 기리기 위해 장충단 공원 내에 기념비를 세웠다. 이어 1977년 경남 거창, 1997년 대구 월곡역사공원, 2008년 전북 정읍사공원, 2014년 경북 봉화군 송록서원 등 곳곳에 한국유림독립운동파리장서비가 세워졌다. 100여 년 전 조국의 독립을 염원했던 유림의 의지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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