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세상, 더 나은 복지. 국가유공자의 삶을 행복하게, 더욱 든든하게 지키는 일은 물질적 지원과 치료에만 머물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발전은 행복한 삶과 복지의 개념을 물질적 풍요를 넘어 ‘심리적 안정’과 함께, 사회의 수동적 수혜자에서 능동적 참여자가 되도록 지원하는 데까지 확장돼 왔다. 국가보훈처는 최근, 우리 역사 속에서 전쟁 등을 겪으며 국가유공자가 입은 상처와 아픔, 다양한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심리재활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든든한 보훈’의 핵심 과제인 ‘보훈가족의 행복한 삶’을 더욱 넓게 보장하고 지원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의 하나이다.

2018년, 이제는 심리재활서비스

문재인 정부 출범은 우리 사회 전반의 개혁과 함께 복지 혜택의 확대를 위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의료·복지 분야에서는 심리치료의 의미와 필요성이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대두됐고, 국가보훈처도 2017년부터 심리재활서비스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보훈병원 등 진료현장에서 전몰·순직군경 유족과 상이 국가유공자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보훈처 차원의 정책적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서비스를 전체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일반에 대한 우울증, 대인기피, 사회 격리 등 심리문제에 대응하고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쪽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국가보훈처는 정책과 예산을 마련하고 실제 추진계획에 대한 다양한 준비를 계속했다. 2018년 7월, 드디어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등 보훈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재활서비스가 첫 선을 보였다. 서울, 부산, 대전, 대구, 광주, 인천 6곳에 ‘마음나눔터’를 설치하고 심리상담사를 배치했다. 서울의 경우 다양한 시범서비스를 통해 서비스의 점검과 확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의도에 별도공간을 마련해 심리재활집중센터로 운영하면서 국가유공자를 맞기 시작했다.

개인상담, 특별·심화 프로그램까지

지방관서의 적극적인 이용안내 홍보와 함께, 서비스를 경험한 보훈가족의 평가가 주변으로 알려지면서 심리재활서비스는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서비스가 첫 선을 보인지 3년차, 서비스의 질과 이용 국가유공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다양하게 마련된 프로그램과 운영의 체계화·전문화도 더해졌다.

현재 서울 여의도의 심리재활집중센터, 5개 지방보훈관서(부산, 대전, 대구, 광주, 인천)에 마련된 마음나눔터는 개인상담과 심리검사 등을 지원하면서, 권역별로 특별·심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로 인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심리재활서비스에 참여한 보훈가족은 1,482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프로그램별로는 다회차로 진행되는 개인프로그램(중복참여 포함)은 7,684건, 집단프로그램 150건, 교육 130건이 각각 실시됐다.

개인프로그램의 경우 유선상담이 6,289건(원격 화상상담 100건 포함)으로 가장 많았으며, 상담사 방문 823건, 내방 572건 등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특히 지속성이 중요한 개인상담의 경우 1인당 평균 5회 이상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 개인프로그램에 대한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월한 접근, 다양한 프로그램

서비스가 이렇게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된 데는 국가유공자가 쉽게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설계가 주효했다. 보훈처는 모든 프로그램의 신청을 직접 방문 외에도 전화나 팩스 한 번으로 가능하도록 했다. 다양한 프로그램 설명을 듣고 선택하고 예약하는 일이 원스톱으로 가능하면서 서비스 이용자를 늘려갈 수 있었던 것이다.

서비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개인상담의 경우 신청자가 직접 심리재활집중센터 또는 마음나눔터를 방문해 일대일로 상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아쉽게도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전화 상담과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원격 화상상담으로 방향을 바꾸어 진행하고 있다.

집단프로그램은 원예, 음악, 공예, 요리 등 다양한 활동으로 스스로를 힐링하고, 자신감을 되찾게 하는 서비스로 이용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다. 집단 교육은 참여자가 트라우마나 사별(死別) 애도, 우울 등을 쉽게 이해하고 자신의 심리·정서적 상태를 되돌아보면서 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지역의 보훈단체 지부나 지회별로 사전에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아, 평상시에 만나는 익숙한 이웃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보훈가족 간 유대형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높은 만족도, 신규 프로그램 준비

치밀한 사전준비와 3년 여 쌓인 운영경험은 자연스레 심리재활서비스 프로그램 만족도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프로그램에 참여한 1,482명 전체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 개인프로그램과 집단프로그램의 만족도(5점 만점)가 각각 4.4점, 4.7점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집단프로그램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수준임을 보여줬다.

개인상담에 5회차 참여한 한 국가유공자는 “불면증으로 오래 고생했는데 상담을 통해 내 안에 어떤 불안이 있는지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잘 다독이는 방법을 배워 이제 편안히 잠들게 됐다”며 “서비스를 이용한 이후 주변에도 어려워말고 상담 한번 받아보라며 추천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같은 평가와 요구에 따라 국가보훈처는 내년에도 심리재활서비스의 질적 수준과 방식을 유지·보완하는 한편 심리·정서 지원을 받는 대상자 수를 확대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적극적인 대상자 발굴과 홍보에 힘쓸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보훈처는 심리재활서비스가 필요한 이유와 ‘치유서비스’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일대일 가정방문과 보훈병원, 보훈단체 등을 통한 이동상담, 찾아가는 상담 등 접근성 강화도 계속하기로 했다.

“숲 속에서의 힐링 … 가족 간 대화 특별한 순간”

상이 국가유공자 심리 치유캠프 현장

심리 치유캠프 중 명상하는 참석자들.

“숲길을 산책하는 경험은 참으로 오랜 만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전보다 더 바깥출입을 하기 어려워져 가족 모두가 많이 지치고 우울했는데 숲 속에서 좋은 공기를 맡으니 기분전환도 되고 건강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지난해 11월 4일부터 6일까지 경북 영주 국립산림치유원에서 열린 ‘상이 국가유공자 심리 치유캠프’에 참석한 상이유공자가 활짝 웃으며 얘기를 이어간다. 휠체어를 타고 숲길을 올라가는 일은 상이 국가유공자로서는 힘에 부치는 일이었지만 오랜만의 나들이에 이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돋았다.

이번 캠프는 국가보훈처와 산림청 이 협업해 상이 국가유공자 13명과 가족 등 26명이 참여하고, 보훈처 심리재활상담사 3명이 동행한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숲속을 산책하며 가족 간에 대화를 나누고, 상담사 지도 아래 숲에서 스트레칭과 명상을 하고 온전한 휴식을 즐겼다.

이어진 한지 공예품 만들기와 다도체험은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 됐다. 참석자들은 “자연 친화적인 공간의 숲 치유를 통해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을 날려버렸다”며 기뻐했다.

특히 캠프 중에는 같이 참석한 가족들과 그간 쉽게 나누지 못했던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어 ‘가족의 재발견’이라는 즐거움도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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