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여한이 없다”라는 말에는 울림이 있다. 지난해 부부 참전유공자 자택을 방문했을 때 들은 “젊은 사람들이 알아주고 기억해준다니 이제는 여한이 없다”라는 말씀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인천보훈지청은 지난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인천의 6·25참전유공자 메시지전’을 개최한 바 있다. 참전유공자 70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그들이 미래세대에 전하고자 하는 자필 메시지를 담은 액자를 전시하고, 전시를 마친 액자는 유공자 본인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액자와 함께 학생들의 편지가 붙은 손소독제도 함께 전달해 드렸는데, 앞서의 “여한이 없다”는 말씀은 이때 부부 참전유공자께서 해주신 말씀이다.

우리 지청은 메시지전을 더욱 확대해 올해에는 ‘덕분에 우체통’사업을 기획했다. ‘든든한 보훈’의 세 번째 의미인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를 우리 국내뿐 아니라 해외거주 참전유공자와 참전국에게도 알리기로 기획을 확대했다. 학교와 시청, 기념관, 터미널 로비 등에 우체통을 설치했는데 현재 한글엽서 1만649매, 영문엽서 1만5,353매가 접수됐다.

든든한 보훈의 또 다른 의미인 ‘보훈가족분들을 제대로 모시기’ 위해 우리 지청이 지난해 추석 때 새로 시작한 사업도 잊지 못한다. 재가복지대상자 위문을 다니면서, 종종 자녀도 없고 유공자의 유해도 찾지 못해 장례와 묘지에 대해 걱정이 많으신 전몰군경 배우자를 만나는 일이 있다. 이러한 어르신들을 위해 위패로만 모셔져 있는 유공자의 배우자도 희망에 따라 유골 형태로 위패와 함께 합장할 수 있게 국립묘지법이 개정된 것을 알았기에 아직도 묘지 때문에 걱정하고 계신 것이 안타까웠다.

오히려 이 상황이야말로 보훈처가 만든 정책을 집행하고 홍보할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 접근에 어려움이 있는 보훈대상자에게 현장의 공무원이 정책을 직접 안내해드리고 혜택을 받으실 수 있는 좋은 창구가 될 수 있었던 사례로 기록됐다.

우리 지청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보훈대상자들의 정보접근 환경을 개선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현재 관내 대학과의 협업으로 학생들이 재가복지대상자에게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서비스 사용법을 가르쳐드리는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중에 있다.

공직자로서 법률 개정 등 전체 보훈대상자들을 위한 일을 할 때도 보람을 많이 느끼지만 대상자들을 직접 찾아뵐 때의 배움과 보람은 비할 수없이 크다. ‘든든한 보훈’은 정책만 만든다고 해서 혹은 현장에서 준비 없이 대상자들을 찾아다니기만 해서는 그 목적을 이룰 수 없다. 본부 정책이 현장에 전달될 때, 지방의 작은 행사가 본부와의 협업으로 그 의미가 확대될 때 보훈대상자들의 기쁨과 만족이 더욱 커진다.

현장에서 마음을 보태 최선을 다하는 보훈공무원과 보훈업무종사자들이 자긍심을 잃지 않도록 손을 잡아주시고, 따뜻하게 격려해 주시는 모든 국가유공자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박현숙 인천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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