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 참전유공자 메이크오버 프로젝트 ‘다시 영웅’의 주인공들.

회색 정장에 줄무늬 넥타이, 가지런히 빗어 넘긴 백발까지. 영화 ‘킹스맨’의 한 장면처럼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정장을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 선 당당한 모습이 탄성을 자아낸다.

‘대체 누구시길래’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영상 속 9명의 주인공, 그들은 바로 6·25전쟁 참전용사다. 국가보훈처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참전용사 메이크오버 프로젝트 ‘다시 영웅’을 공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영상과 사진이 국가보훈처 공식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개되자마자 수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고, 언론의 관심도 집중돼 지상파 텔레비전 뉴스와 신문 등을 통해 박수가 쏟아졌다.

“우리 이웃의 영웅들이 계심에 우리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평범한 하루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좋은 캠페인 감사합니다.”

 김종환 참전유공자의 평소 모습.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변신한 김종환 참전유공자의 모습.

이번 프로젝트는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우리 이웃에 살고 있는 참전용사들을 무대의 전면으로 모셨다. 자연스레 젊은 세대들의 참전용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모두 같은 생각으로 하나가 됐다. 잊혀진 영웅에게 다시 박수를, 그리고 존경을….

영상 속 9명의 참전유공자들은 6·25전쟁에 학도병, 최초의 여군, 헌병대, 국민방위군, 미군 지원병 등으로 헌신한 분들이다. 모두 90세 전후의 고령이지만 카메라 앞에서 참전용사, 영웅으로 변신했다.

전쟁기념관을 무대로 촬영한 사진은 국제사진공모전(IPA) 대상 수상작가 홍우림 씨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촬영장은 시끌벅적했다. 패션 전문 기업인 더뉴그레이와 함께 촬영을 진행하면서 참전용사들은 2030대 스태프들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발휘했다. 오랜만에 입는 정장, 많은 사람들 앞에서 포즈를 잡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새로운 도전은 어르신들의 가슴에 아이 같은 설렘을 안겼다.

특히나 젊은 세대와 소통할 기회가 된다는 생각은 책임감을 더했다.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주변의 의견을 물었다. 더 어깨를 펴고, 강렬한 눈빛과 당당한 포즈를 취했다.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새로 하고, 오래 서 있어야 하는 고된 일정에도 피곤한 기색조차 없었다.

그렇게 다시 영웅이 된 용사들이 우리 모두의 자부심처럼 우뚝 섰다.

촬영 주인공들, ‘영웅’의 이야기

강구곤 참전유공자가 개별 인터뷰 영상을 촬영하는 장면.

류재식 참전용사는 “학도병으로 소총 한 자루만 쥐고 참전했던 그날의 참상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하지만 그날이 두려울지언정 후회는 없다”면서 담담히 인터뷰 영상을 통해 참전수기를 전했다.

그는 “뉴스를 보다가 내 얼굴이 나와 깜짝 놀랐고, 많은 사람들의 열렬한 반응을 접하며 전우들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어 잠도 잘 못 이뤘다”며 “참전용사로서 더 큰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위생병으로 참전해 주로 부상당한 미군을 많이 돌봤다는 강구곤 참전용사는 인터뷰를 통해 “죽어가는 미군이 ‘가족이 보고 싶다’는 말에 우리는 ‘괜찮아(You're alright)’라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면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유엔참전용사들과 참된 전우애를 나눴고,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산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영상과 메이크오버 영상, 사진이 공개된 후의 뜨거운 반응을 전해듣고는 “젊은이들이 참전용사에 대해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줄지 몰랐고, 우리에게 감사를 전하는 수많은 댓글들을 읽으며 눈물이 왈칵 났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참전용사들은 입을 모아 “참전용사에 대해 많은 젊은이들이 존경을 표하는 것을 보고 감동 받았고, 영광이다”면서 “오랜만에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나의 새롭고 멋진 모습도 재발견할 수 있어 너무나도 즐거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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