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전국에 산재한 보훈기념시설, 기념관, 국립묘지 등이 독립·호국·민주 정신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적극 활용된다. 이에 따라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을 구축하고 모바일 앱을 통한 ‘내 손안의 기념관 서비스’도 전국 독립·호국 관련 94개 기념관으로 확장한다. <나라사랑>은 이번 호부터 전국에 나라사랑의 역사적 현장에 세워진 보훈기념시설을 발로 찾아 그 의미를 찾는 기획을 시작한다.

충남 천안 병천면 구미산 숲속에는 ‘아우내독립만세기념비’가 70여 성상을 지나며 만세운동의 뜻을 새기고 있다. 도로에서 100여개의 돌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기념비는 100여년 전 독립만세를 외치는 함성이 가득했던 아우내장터 자리를 홀로 아련히 내려다보는 듯 하다.

1919년 3월 31일 밤 자정 병천시장을 중심으로 천안 길목과 수신면 산마루와 진천 고개마루에 봉화횃불이 올랐다. 다음날인 4월 1일, 날이 밝자 조인원 선생은 병천시장의 군중 앞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대한독립만세를 선창했다. 시장에 있던 장꾼이 모여들기 시작해 3,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시위에 합류했다.

이에 일경이 출동해 해산을 요구했으나 시위대가 응하지 않자 즉시 발포하는 등 총검을 이용해 강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고 투옥됐다.

그날의 만세운동과 희생을 기리기 위해 1947년 11월 26일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가 세운 기념비는 이곳에 자리잡았다. 기념비 전면에는 ‘긔미독립운동 때 아내서 일어난 장렬한 자최라'라는 옛 글이, 나머지 세 면에는 아우내 독립만세운동에 관한 기록이 정리되어 있다. 세월의 무게에 검게 변한 비석은 오늘도 굳건하게 장터를 지켜 보며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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