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포플라 나무>, 최재덕, 1940년대, 캔버스에 유채, 65×91cm, 개인 소장, 이 작품은 한때 시인 김광균이 소장했던 것으로 최재덕의 얼마 남지 않는 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예에 속한다.

미술과 문학이 만난다. 흥미롭다. 때는 일제강점기와 해방시기다. 그들의 삶과 고민과 예술에 대한 영감이 고스란히 담긴다. 미술은 문학을, 문학은 미술을 보완하며 메시지를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들어본다. 그게 당시 그들의 소통방식이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021년 새해 첫 기획전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를 시작했다.

지난달 4일 서울 덕수궁에서 문을 연 기획전은 5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전시는 ‘시대의 전위’를 함께 꿈꾸었던 일제 강점기와 해방시기 문예인들의 깊은 이야기이다. 일제 강점기는 ‘암흑’의 시대로 인식되어 왔지만 놀랍게도 이 시대는 수많은 문인과 화가들이 자라난 때이기도 하다.

이들은 다방과 술집에 모여 앉아 부조리한 현실을 거부하고 새로운 시대 인식을 공유하며 함께 ‘전위’를 외쳤던 자유로운 영혼들이었다. 이들은 사회적 모순과 몰이해 속에서도 문학과 예술의 가치를 믿고 이를 함께 추구했던 예술가들 사이의 각별한 ‘연대’를 통해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갈 추동력을 얻었던 모양이다.

제1전시실 전위와 융합에서는 1930년대 경성과 시인 이상이 운영했던 다방 ‘제비’를 배경으로 그곳을 둘러싼 예술가들의 네트워크, 그리고 장르를 넘나드는 그들의 실험적 시도를 살펴본다. 이상, 박태원, 김기림, 구본웅 등을 시작으로 이 시대 가장 아방가르드한 예술가들이 문학과 미술, 심지어 음악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금까지 없던 ‘낯선 것’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던 양상을 살펴본다.

제2전시실 지상(紙上)의 미술관에서는 1920~40년대 ‘인쇄 미술’의 성과에 이례적으로 모든 공간을 할애한다. 문인과 미술인이 만날 수밖에 없었던 사회시스템으로서 신문사와 잡지사의 편집실에 주목한다.

제3전시실 이인행각(二人行脚)에서는 문학인과 미술인, 각 인물 간의 개별적인 상호관계에 주목한다. 정지용과 장발, 백석과 정현웅, 김기림과 이여성, 이태준과 김용준 등 문예계의 대표적인 문학가-미술인 ‘쌍’들 뿐만 아니라 세대를 내려와 더욱 다중적인 관계를 형성했던 예술가들(김광균, 오장환, 최재덕, 이쾌대, 이중섭, 구상, 김환기, 조병화 등)의 관계도를 입체적으로 그려본다.

<정원>, 천경자, 1962, 종이에 채색, 130×162cm, 개인 소장.

제4전시실 화가의 글·그림에서는 일반적으로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지녔던 작가들을 집중 조명한다. 김용준, 장욱진, 한묵, 박고석, 천경자, 김환기 등 6인의 작가들이 남긴 글과 그림을 함께 감상함으로써 이들의 세계관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문의 : 02-2022-0600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대표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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