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독립군의 최대 승리로 우리 민족의 자주독립 역량을 입증했던 청산리 전투의 투지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지금 대한민국의 하늘 아래에서 숨 쉬고 있다. 청산리 전투가 있었던 곳, 지금은 청산리항일대첩기념비가 우뚝 서 있는 곳인 중국 지린성 화룡시 청산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재는 갈 수가 없는 상황. 청산리 전투 100주년을 맞아 빛나는 승리를 가져다준 청산리 전투의 핵심전력인 북로군정서군을 지휘한 충남 홍성의 김좌진 장군의 생가지를 찾았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잘 닦여진 백야 공원과 백야 기념관, 김좌진 장군 생가는 독립군의 당당한 기세를 드러내고 있었다.

백야 공원은 장군의 생가지 터만 남아있던 것을 1991년부터 홍성군이 김좌진 장군 성역화사업을 추진해 생가지, 기념관, 사당, 공원 등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공원 입구에 세워진 기념관에는 당시 독립군이 사용했던 무기들과 청산리 전투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함께 수록돼 있으며, 기념관 왼쪽으로는 김좌진 장군의 생가지가 있다.

마침 이곳을 찾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만났다. 이들은 본채에 높게 걸린 김좌진 장군의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그의 업적을 가슴에 아로새기듯 눈으로 좇았다. 각자 독립군이었던, 독립운동에 인생을 걸었던 할아버지의 자취를 찾아온 이들도 이제는 저마다 누군가의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독립운동가 후손인 김인상(71)씨, 김병기(68)씨, 남주우(64)씨 세 사람에게는 오늘 이곳이 갖는 의미가 남달랐다.

“올해는 봉오동·청산리 전투 100주년을 맞은 아주 의미 있는 해입니다. 오늘 따라 똑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저도 선열들처럼 나라를 위해 과감하게 투쟁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됐습니다.”(남주우)

“청산리 전투에 참여하셨던 할아버지와 많은 독립군을 기리고자 올해 후손들이 함께 중국의 봉오동·청산리 전투 전적지를 방문할 예정이었습니다만 코로나19로 계획이 무산돼 안타깝습니다. 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청산리 전투 기념일이 일제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독립군을 도왔던 민초들의 역할과 그 정신을 함께 기리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김병기)

“저는 2년마다 한 번씩 이곳을 방문합니다.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가슴에 새기고, 후손들에게 그 정신이 계승되도록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활동을 하겠습니다.”(김인상)

저마다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만 하나된 마음으로 독립군의 자취를 쫓는 이들을 격려하듯 선선한 가을바람이 등을 밀어주고 있다.

선열들의 흔적 하나 하나에 담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잊지 않으려하는 이들의 여정은 독립유공자 후손으로서의 빛나는 자긍심과 나라사랑 정신을 잇겠다는 의지로 뚜렷이 각인되고 있었다.

독립유공자 후손 세 사람이 충남 홍성 김좌진 장군의 생가지를 찾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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