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을 아름답게 수놓을 클래식 음악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비대면의 시대,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만남도 대화도 이해도 소통도. 가을의 공연장을 흠뻑 적실 아름다운 소리의 향연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다시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날,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코로나19 단계가 조정되면서 드디어 공연장이 문을 열었다. 아연 활기를 띤 공연장에서 현악기의 음을 조율하는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고, 연주자도 관객도 바쁜 걸음으로 활짝 열린 공연장 문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 가을이 다시 멋진 선율로 되살아나고 있다.

KBS교향악단, 특별연주회 ‘가을에 빠지다’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KBS교향악단이 불을 밝힌다. 제760회 정기연주회가 준비되고 있었으나 지휘자의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19일 오후 8시 시작되는 연주회는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음악은 연주돼야 하고, 관객은 그 음악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듯하다.

프로그램은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d단조 작품15에 이어 브람스 교향곡 제2번 D장조 작품73으로 꾸려졌다. 피아노 협연은 최근 떠오르고 있는 신예 선우예권이 나선다.

최근 한 방송국의 드라마 제목에 등장하고, 드라마 중에서 일부 곡이 연주돼 화제가 되고 있는 브람스는 독일 함부르크 태생의 작곡가이다. 슈만에 의해 세상에 소개된 브람스는 이를 계기로 전설적인 사랑을 나눴던 음악가 부부 슈만과 클라라의 곁에서 함께 음악활동을 이어갔다.

베토벤의 뒤를 잇겠다는 교향곡의 꿈을 가졌던 그는 교향곡 제1번부터 제4번까지를 완성하고 ‘하이든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 ‘대학축전 서곡’ 등 너무나 익숙한 곡으로 우리 곁에 남았다.

보석처럼 빛나는 그의 피아노협주곡과 교향곡은 다소 쓸쓸한 이 가을을 달래기에 적격인 곡들이다. 협연자 선우예권은 2017년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신예 피아니스트다.

서울시향, 시벨리우스 교향곡 3번

서울시향은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시벨리우스 교향곡 3번을 연주한다. 지휘는 오스모 벤스케. 함께 연주되는 곡은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제1번 ‘클래시칼’과 쇼스타코비치 피아노콘서트 제2번이다.

잔 시벨리우스(1865-1957)의 교향곡 제3번은 1907년 9월 25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작곡가 자신의 지휘로 초연됐다. 교향곡 제3번을 통해서 그는 다분히 고전주의적인 형식과 작법으로 간결화, 내면화, 추상화를 지향하는 독자적 스타일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제3악장은 활기차고 역동적인 스케르초와 장중한 피날레가 결합된 악장이다. 여러 개의 모티브와 음형들이 얽히고설킨 덤불처럼 복잡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케르초가 후반부로 접어들 즈음 핀란드에서 잘 알려진 찬송가 선율이 호른에서 떠오르고, 그 이미지는 피날레로 넘어가면 비올라에서 제시되는 코랄풍 주제(신을 향한 기도)의 꾸준하고 의연한 전진을 통해서 선명해진다. 마지막에는 C장조 으뜸화음을 구성하는 음들이 순차로 하강하는 단순하지만 확신에 찬 모습으로 당당하게 마친다.

교향곡 제1번 ‘클래시칼’은 그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 시절에 연구한 하이든의 기법을 바탕으로 ‘하이든이 현대에 생존하고 있다면 작곡했을 법한 작품’을 만들려한 작품이다. 이 곡은 고전파 교향곡의 모방작 내지 패러디라고 볼 수 있지만 동시에 화성과 리듬에서 20세기 작곡가다운 수법이 충분히 드러나 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 곡을 두고 ‘현대인이 살고 있는 오래된 마을’이라 평하기도 한다.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3개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오르는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명품 러시아 피아노 협주곡 시리즈를 이어간다.

지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1회 프로코피예프 국제 지휘자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입상하면서 러시아와의 특별한 인연을 잇고 있는 장윤성 서울대 지휘전공 교수가 맡는다.

프로그램은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제14번 작품번호34, 피아노 협주곡 제2번 다단조 작품번호18(아비람 라이케르트 협연),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작품번호 43(피터 오브차로프 협연), 피아노 협주곡 제3번 라단조 작품번호30(세르게이 타라소프 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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