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겨울밤 깜깜한 시골길을 걸었던 기억이 있다. 두 볼이 따가울 정도로 추운데다가 깜깜하기까지 해서 더 무서웠다. 두려움을 달래려고 올려다 본 하늘에 유난히 반짝이던 별이 있어 길잡이 삼아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계절이 세 번 바뀌어도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마음이 더 갑갑하다. 처음에는 어두운 밤처럼 모든 게 아득하고 막막하기만 했다. 게다가 일상생활이 어려운 고령 보훈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재가복지서비스를 안부전화로 대신해야 하는 상황은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점차 어두움에 익숙해지자 서서히 주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꼭 필요한 것들을 챙겨드리기로 했다. 마스크 한 장을 사려고 약국 앞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했던 시기, 때마침 보훈처 본부에서 일정 수량의 마스크를 지방기관에 보내준 덕분에 몇 장씩이라도 국가유공자들께 보내드릴 수 있었다. 마스크를 받지 못한 분들로부터 일부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반응은 매우 좋았다.

최근에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세심하게 살펴드린다는 의미로 골목보훈 솔루션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특히 혼자 계시는 어르신들에게는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러던 중 20년째 여인숙 1평 남짓 단칸방에 계시는 어르신을 만나게 됐다.

이 어르신에게는 취사와 취침을 분리하는 것이 시급했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무상으로 후원하는 주택임차자금 대상자로 추천한 후 직원들이 직접 어르신을 모시고 다니며 이사 갈 집을 물색했다. 결국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하기가 어려워 현재 살고 계시는 건물 내에서 취사시설이 별도로 갖춰진 좀 더 넓은 방을 마련해 드렸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깨끗하게 단장한 아늑한 보금자리에 입주하신 어르신 얼굴이 햇살처럼 빛났다.

국가유공자로서 우리 공동체의 존립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켜낸 분들의 정신이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도록 하는 것이 든든한 보훈이다. 그렇게 든든한 보훈은 더 짙은 어둠으로 다가가야 하고, 그렇게 해서 그 빛나는 별들이 힘든 세상을 희망이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 공직자들의 역할일 것이다.

김용애 대전지방보훈청 복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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