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 선선한 바람에 손길이 책장을 향한다.

인간을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진정한 의미의 정의는 어떤 것일까. 행복과 정의 같은 가치들은 인류 역사 매순간마다, 문화마다 조금씩 다른 곳을 지향해 왔다.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 세계 유토피아와 모두가 두려워하는 악몽과도 같은 디스토피아까지. 다양한 세계를 그린 소설을 통해 우리들이 이해하는 행복과 정의, 과학과 종교, 국가의 역할까지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코로나19의 급습 앞에서.

<유토피아> 토마스 모어, 돋을새김

 

현실적으로는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나라’를 뜻하는 ‘유토피아’는 토마스 모어가 쓴 동명의 소설에서 비롯됐다. 그곳은 16세기 유럽의 뛰어난 지식인이자 인문주의자였던 토머스 모어가 오랫동안 꿈꾸었던 이상향으로, 결핍과 착취가 없으며 정의와 평등, 이성과 합리적 제도가 토대가 되는 가상의 국가였다.

이 소설은 특이하게 작가 자신이 소설 속 화자로 등장하며 전개 방식도 독특하다. 토머스 모어와 그의 친구인 페터 힐레스가 유토피아라는 섬을 다녀온 라파엘이라는 사람에게 질문하고, 라파엘이 그에 대답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라파엘이 묘사하는 유토피아는 사유재산이 존재하지 않으며 모두가 열심히 일한 노동의 대가를 공평하게 분배받고, 사치하지 않으며,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으면서 약자와 여성을 배려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다.

이 소설은 16세기 영국 사회를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한편 유토피아는 진정한 인류의 이상향이 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소담출판사

 

과학이 고도로 발달해 인간의 유전자와 사회의 모든 면을 관리하고 지배한다면 그 세상은 이상적인 곳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모든 인간이 태아 때부터 유전적 조작으로 완벽하게 조절되고, 수십 쌍의 쌍둥이들이 사회를 구성하는 세계를 그린다. 이곳은 어린 시절부터 철저한 세뇌교육을 통해 계급이 나뉘고 개인이 가진 기질이 거의 발휘되지 않은 획일화된, 그리고 인간에게 즉각적이고 무해한 쾌락을 선사하는 약물을 통해 좌절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다.

어느 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철저히 만족하는, 언뜻 완벽해 보이는 ‘멋진 신세계’ 속으로 한 명의 이방인이 걸어들어 오면서 세상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과학적으로 통제된 사회와 원시적인 자연,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신세계는 결코 멋지지 않으며, 고도의 과학 발달이 마냥 인간에게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그 속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1984> 조지 오웰, 민음사

 

때로는 실패에서 성공의 단초를 찾고, 반면교사를 통해 새로 배우는 것이 인생이다. 우리가 원하는 이상향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 대척점을 바라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행복의 세계를 ‘유토피아’라 한다면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말아야 할 부정적인 세계는 ‘디스토피아’일 것. 그 디스토피아를 그린 대표적인 소설이 바로 ‘1984’다.

‘동물농장’을 쓴 조지 오웰의 또다른 대표작으로, 전제주의라는 거대한 지배 시스템 앞에 놓인 개인이 어떻게 저항하고, 어떻게 파멸을 맞이하는지 그 과정과 배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설 속은 ‘빅 브라더’라는 상징적인 존재를 전면에 내세워 독재 권력을 견고히 하는 장치로 설정하고 있다.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동원되는 사상경찰, 헬리콥터, 텔레스크린 등 모든 사생활을 감시하며 인간의 욕구마저 통제하는 사회의 면면에는 인류가 과거에 답습해온 과오들이 그대로 녹아있다.

소설은 숨 막히는 디스토피아에 저항을 시도하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이 세계가 지닌 문제점과 모순을 파헤친다. 그러나 결국에는 거대 권력 앞에 굴복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 우리 사회구조의 면면을 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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