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한시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늦었지만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선배님들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6·25 70주년을 맞아 전쟁 당시 전사한 국군 장병 분들의 유해를 모신 수송기를 호위한 공군전투기 조종사의 말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참전 장병들은 비록 70년이란 오랜 세월이 지나 조국으로 돌아오게 됐지만, 그들은 여전히 누군가의 가족이자, 친구, 자랑스러운 선배로 우리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있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사망시 예우' 업무를 담당하는 나에게는 무연고 국가유공자 분들의 장례 지원도 포함돼 있다. 무연고 국가유공자분들은 마지막을 함께할 가족이 없으시기에 사망사실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국립묘지로 안장해 드리는 일까지 가족의 역할을 국가보훈처가 대신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출근한 아침, PC를 켜고 새로운 무연고 유공자분의 사망 사실을 확인하면 우선 안장신청에 필요한 자세한 인적사항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가능하면 돌아가신 분의 연고지 근처에 유해를 모시고 싶은 마음으로, 돌아가신 유공자의 삶의 기록을 꼼꼼히 보고 있노라면 어느 사이 그분들과 가족이 된 듯한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친손녀라도 된 듯 “할아버지 이젠 편히 쉬세요” 하며 일 처리를 하다보면 순간순간 가슴 먹먹해진다.

최근엔 무연고자 국가유공자분의 장례식에 직접 조문을 간 적이 있다. 입관부터 발인까지 누군가의 생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에서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비록 상주도 조문객도 없는 조촐한 장례식이었지만 유공자분의 마지막 가는 길이 우리의 참여와 위로로 인해 조금은 덜 쓸쓸하고 덜 외롭길 바랐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았고, 앞으로도 기억할 것이라는 마음이 오롯이 전달되길 바랐다.

10여 년 넘게 세계인에게 사랑받고 있는 마이클 볼튼의 노래 ‘Lean on me(내게 기대요)'라는 노래는 내내 이렇게 외친다. ‘내게 기대세요. 당신이 약할 땐 내가 친구 돼 줄게요.” 국가보훈처의 ‘든든한 보훈'이 보훈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이 노래의 가사말과 같지 않을까 싶다.

조국에 희생과 헌신을 다한 그대들에게, 때론 가족으로, 때론 친구이자 형제로,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되어 드리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든든한 보훈’ 아닐까.

김미영 서울지방보훈청 복지과

저작권자 © 나라사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