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코로나19의 확산 전과 후 크게 달라진 일상 속에 살아가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지역봉쇄조치까지 내려지지 않았지만, 해외 감염이 심한 곳에서는 지역봉쇄령에 이동제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자 역설적이게도 자연환경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개선됐다. 대기오염이 심했던 중국과 인도의 미세먼지가 파격적으로 줄어들었고, 수질오염이 심했던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사라졌던 물고기가 돌아왔다. 우리 모두 다시 환경의 시간으로 돌아온 것이다.

코로나사태는 인류에게 인류의 활동이 자연환경에 얼마나 유해한지를 알려주었다. 수십년 동안 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이 부르짖었던 이야기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이제 포스트코로나의 시대에 친환경은 단순히 지향점이 아니라 필수불가결의 요소가 됐다.

생명과 소멸의 순환을 전달하는 신수진 작가의 작품 ‘오렌지 블라썸(Orange Blossom)’. 

그간 자연을 개발을 대상으로, 착취하며 발전을 위해 희생시켜왔던 우리에게 자연환경과의 ‘윤리적 공존’이며 실천의 가능성을 예술가의 방식으로 제안하는 전시 ‘에코토피아’가 천안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판화특별전으로 판(환경)이 존재하고 그 위에 다양한 방식으로 새기고 부식시키고 붙이고 칠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작품을 만드는 형식적 특성을 넘어 판화가 지니는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시는 ‘홈 패인 공간’과 ‘매끈한 공간’으로 나뉜다. 홈 패인 공간에서는 김건주, 김동기, 김미로, 김준식, 임정은 5명의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홈 패인 공간의 작품들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부분으로서 기계론적 세계관이 가져온 인간의 욕망과 반복적 행동양식, 경제성장만이 우선시 되고 무한히 개발 가능하다고 믿는 아이러니 등 기존의 가치관으로 통제된 사회에서 인간이 환경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김동기 작가의 ‘붉은 산’.

김동기 작가는 2년의 제주생활과 서울로 돌아온 뒤의 삶에서 느낀 환경의 변화를 ‘곶자왈 프로젝트’ ‘붉은 산’ 등의 작품에서 붉은 색과 하얀색, 검은색과 하얀색의 극명한 대비를 바탕으로 표현한다. 특히 ‘붉은 산’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환경의 간극을 함축적으로 드러냈다.

 

김미로 작가의 ‘스테이트 프루프-시티 라이프(state proof-city life)’는 인간과 시공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길고양이와 비둘기를 소재로 그들의 도시생활에서 생겨나는 행동의 패턴과 사회적인 간섭 등을 관찰하게 한다. 길고양이와 비둘기 등 유해동물로 인식되는 그들과 각종 오염물을 배출하는 인간, 어느 쪽이 더 유해한가에 대해 질문은 던진다.

김미로 작가의 ‘스테이트 프루프 시티 라이프’.

매끄러운 공간에서는 신수진, 이서미, 이언정, 이은희, 조세민 5명의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매끄러운 공간의 작품들은 패어있지 않아 통제될 수 없는 다양한 변이와 새로운 창조가 가능한 세계로서 이질적인 것들의 집합이자 엄격히 통제된 사고의 재생산에 대한 저항이자, 소유의 공간에서 공유의 공간으로써의 탈영토화를 추구한다. 자연의 일부로써 자연과 균형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으로의 회복과 새로운 생태적 질서와 대안을 모색한다.

 

이서미 작가의 ‘라이프(생명)’.

이서미 작가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모든 것을 소재로 다각적 의미를 발견해내는 작가로, 그의 작품 ‘생명’을 통해 씨앗에서 싹이 나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 식물의 실제적 모습에서 삶의 문맥을 연결한다. 작가는 각기 모습은 다르지만 생명이 있는 존재가 지닌 보편적 유사성 발견을 통해 모두가 얽히고 설키며 거대한 흐름으로 이어짐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는 8월 23일까지 천안예술의전당미술관 전관에서 열리며, 관람은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사전 전화예약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천안예술의전당 누리집(www.cnac.or.kr) 참조 또는 미술관팀으로 문의 041-901-6611.

저작권자 © 나라사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