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4·19묘지 현충탑.
국립5·18민주묘지 추모탑.

분과학문으로서의 보훈학은 국가유공자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넘어서 국가보훈에 대해 대중과 지속적으로 대화와 소통을 시도하는 학문을 의미한다. 보훈학은 보훈연구가 현대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공동체 위기와 공공성 확보를 실체화 및 외부화하기 위해 보훈실무자와 연구자를 넘어서 대중과 더불어 국가보훈을 성찰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문을 지향한다.

국가보훈의 분과학문 모색은 지금까지 ‘누구를 위한 보훈인가’와 ‘무엇을 위한 보훈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면서 보훈공동체에만 안주하는 연구 및 교육활동에 문제를 제기하고 상대화하는데서 출발한다. 보훈 분과학문은 사회적 실천학이자 실천을 위한 이론이며 보훈행위에 대한 이론이다. 보훈이란 ‘보훈 실천이 영위되는 사회적 공간들 또는 장들의 합’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현대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보훈에 기반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대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보훈 분과학문의 핵심이자 본질이 될 것이다. 또한 사회적 영역에서 보훈을 연구하고 실천하고 활동하는 것도 보훈 분과학문의 핵심이다. 보훈 분과학문은 ‘시민사회’를 주요영역으로 설정하고 국가보훈을 주요관심과 인식대상으로 설정한다. 능동적이고 성찰적이며 독립적 주체인 시민사회가 보훈에 기반한 사회문제를 공론화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훈 분과학문은 ‘시민사회의 국가보훈’을 수용하고 사회적 영역에서 보훈을 연구하고 실천하고 활동하는 것이 그 핵심전략이자 목적이다.

이에 대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보훈 분과학문은 크게 네 가지 주제로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첫 번째 주제는 보훈 분과학문이란 무엇인가로서, 성찰적 학문과 대중적 학문, 보훈 분과학문의 유형과 목적, 다양성 등이 포함될 것이고, 두 번째 주제로는 보훈의 공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보편적인 것과 특수적인 것에 대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세 번째 주제에는 보훈 공공성의 정의와 구조, 시작, 구성 요소 등이 해당된다. 네 번째 논의는 보훈 분과학문의 연구방법론 등으로 설정하여 접근해야 할 것이다.

보훈 분과학문의 전제조건은 보훈의 공공성과 보훈의 실천적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다. 보훈공공성은 공적인 것, 사회적인 것, 공통적인 것을 기반으로 나라사랑, 보훈복지, 보훈소통이 핵심적 구성요소이다. 보훈공공성의 실현을 위한 실천원리는 함께하기, 소통하기, 사랑하기이다. 보훈의 공공성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민주시민의 기본가치의 조화를 지향한다. 민주시민의 기본가치는 다시 성숙한 시민의식과 직결된다. 민주시민의 자질로 요구되는 시민덕목은 정의, 평등, 준법, 자유, 통합성, 정직, 타인의 고려, 충성, 권위이고, 훌륭한 시민적 자질은 현 시대적 문제에 대한 인식, 학교나 지역사회에 대한 참여, 주어진 책임의 수용, 타인에 대한 배려, 도덕적 윤리적 행동, 사회제반의 권위 인정, 비판적 사고력, 합리적 결정능력, 정치에 대한 지식, 애국심 등이다. 바람직한 시민의 태도로서 자기이해, 타인에 대한 존경, 그리고 가치에 대한 존중이다.

보훈 분과학문의 가치와 이념이 공공성, 민주성, 시민성 등이라면, 보훈 분과학문의 지향은 실천적 지식인이다. 보훈에 있어서 실천적 지식이란 보훈분야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서 이를 실천하는 사회적 존재이다. 실천적 지식인으로서 중요한 행동적 가치는 장 폴 사르트르가 제시한 앙가주망이다. 인간은 각자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과거를 성찰하고 현재의 자기를 초월하고 미래를 지향하면서 만들어간다. 지금까지의 보훈정책을 성찰하고 현재의 보훈을 초월하여 미래보훈을 지향하는 것이 보훈의 앙가주망이다. 또한 앙가주망은 정치행동이나 사회참여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유스러운 인간이 자기를 실현하는 것이다. 보훈에 있어서 실천적 지식인이 신문에 칼럼을 쓰거나 대중강연을 하는 행위는 보훈 분과학문이 지향하는 실천양식이다. 보훈에 대한 자신의 주의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참여 하거나, 보훈 관련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것 또한 보훈 분과학문의 면모이다.

이런 식으로 보훈 분과학문은 시민적 가치와 공공성, 그리고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실제 참여와 소통의 구조를 현실적으로 성찰하고 실천하는 학문을 지향하기 때문에 국가보훈이라는 공허한 담론 또는 이론에 머물러 있는 학문의 장을 넘어서는 분과학문이며, 기존의 사회과학이 지니는 실천적 한계를 극복하는 분과학문이다.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김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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