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는 이달 25일 ‘든든한 보훈’ 정책브랜드를 발표하며, ‘든든한 보훈인’을 선정했다. ‘든든한’이라는 수식어가 딱 들어맞는, 각 분야의 역량 있는 직원을 발굴하고 격려해 솔선수범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달에는 행정직원부터 연구원, 직업상담사, 보훈복지사와 보훈섬김이, 의료인 등을 포함해 12명의 보훈처 직원들이 든든한 보훈인으로 선정됐다.

대구보훈병원 박규환 전문의

 

지난 2월 대구와 경북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가운데 대구보훈병원은 감염병전담기관으로 지정됐다. 대구보훈병원 의료진은 퇴근을 마다하고 병원에서 숙식하며 바이러스와 환자들을 치료하고, 감염 확산을 방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며 바이러스와의 사투에 나섰다. 2달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된 사투 덕에 대부분의 환자들이 건강하게 일상을 되찾았고, 병원도 다시 정상적으로 보훈가족을 맞이하게 됐다. 그 중심에는 박규환(40) 전문의가 있었다.

전신 방역복은 입는 데만 몇 십 분이 걸렸고, 거기에 마스크까지 쓰고 환자를 돌보다 보면 금세 땀으로 샤워할 정도였다. 혹시나 의료진이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나오는 험난한 시간이었지만 그에게 그보다 더 힘든 일은 따로 있었다. 바로 보훈가족에 대한 걱정이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보훈가족들은 어쩔 수 없이 보훈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구보훈병원에 근무한지 4년차, 대부분 연세가 많은 보훈가족들이기에 병원에서 보는 횟수가 잦다보니 어느새 가족 같은 사이가 됐다. 박규환 전문의는 다시 보훈가족을 마주하는 날만을 기다리며 당장의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성심을 다했다. 4월 말, 드디어 병원이 다시 정상운영을 시작했고 오랜만에 조우한 그와 보훈가족의 얼굴에는 반가움과 함께 절로 웃음꽃이 폈다.

“의사로서 환자를 성심껏 치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렇게 든든한 보훈인으로 선정돼 송구한 마음이 앞섭니다. 대구보훈병원이 감염병전담기관으로 지정된 기간 동안 동고동락하며 환자를 돌봤던 의료진을 대표해서 주신 상이라 생각하고 기쁘게 받겠습니다. 앞으로 보훈가족분들께 더 잘 하라는 의미로 여기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강원동부보훈지청 신성금 보훈섬김이

 

진심을 담아 내 아버지, 어머니를 대하듯 보훈가족과 희노애락을 함께 한 신성금(64) 보훈섬김이도 첫 번째 든든한 보훈인이 됐다. 국가유공자인 남편의 영향으로 보훈섬김이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6년을 넘기고 있다.

그는 어르신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겠다는 마음 하나로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고, 미용기술을 배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께 단정한 매무새와 미소를 선물해드리기도 했다.

“대단한 일을 해드린 것이 아닌데 주변에서 자꾸 칭찬을 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서툰 솜씨나마 최선을 다하는 것, 진심을 전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신 섬김이는 매일같이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을 더 편안하게,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을까 하는 즐거운 고민을 한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이 됐고, 마스크를 구하는 것이 힘들어지자 그는 손수 천마스크를 만들어 선물했다. 혹여나 답답함 때문에 마스크를 소홀히 쓰실까 40여명이 넘는 보훈가족 한 분 한 분 맞춤형으로 제작했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처럼 그의 정성에 어르신들은 미소로, 끈끈한 정으로 화답했다.

“고향인 강원도로 돌아와 평생 존경하던 국가유공자분들을 위해 제가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기뻤어요. 어르신들 모두 제 어머니, 아버지라 생각하고 먼저 다가갔더니 금세 마음을 열고 두 팔 벌려 저를 안아주셨어요. 덕분에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매순간이 제게도 즐거움이 됐고, 그 마음을 갚으려 열심히 했을 뿐인데 든든한 보훈인으로 선정돼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입니다.”

그는 앞으로도 어르신이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으며 현장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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