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는 지난달 25일, 국가보훈의 새로운 정책 브랜드인 ‘든든한 보훈’을 발표했다.

든든한 보훈의 ‘든든하다’는 기본적으로 다의어이지만, 가장 눈에 띄는 의미는 ‘어떤 것에 대한 믿음으로 마음이 허전하거나 두렵지 않고 굳세다’이다. 더 간단하게 ‘든든하다’는 것은 믿을 수 있는 것, 다시 말해 ‘신뢰’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든든한 보훈이라는 새 정책 브랜드에는 신뢰할 수 있는 보훈정책을 펼쳐 나가겠다는 국가보훈처의 비전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정책은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보훈은 여타 어떤 정책보다도 신뢰가 더 강조된다. 이는 보훈이 단순히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상 혹은 복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유공자의 헌신에 상응하는 예우를 통해, 국가를 위한 희생에는 반드시 보답이 따른다는 확고한 믿음을 국민들에게 줌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가 공동체의 영속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기제이기 때문이다. 보훈이라는 개념에는 이미 ‘신뢰’가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신뢰가 결여된 보훈정책의 폐해를 역사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거듭된 전쟁으로 보훈대상자 수가 급증했던 1932년의 미국이 그 사례이다. 대공황이 겹치며 재정 부담을 느낀 미국 연방의회는 8년 전 지급을 약속했던 366만 수급자에 대한 보상금 지출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대한 제대군인들의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었고, 이들의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으로 참전군인 4명이 죽었고, 1,017명이 부상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보너스 마치(Bonus March)로 불리며 미국 보훈역사의 오점으로 남아있는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보상 중단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는 ‘국가를 위한 희생에는 반드시 보답한다’는 믿음, 즉 신뢰를 국가가 져버렸다는 점이 미국의 제대군인들을 분노하게 한 것이다.

정책과 그에 대한 신뢰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이는 특히 보훈정책에서 더 강조된다. 상앙이 나무 옮기기로 정책에 대한 백성들의 신뢰를 얻어 진나라의 부국강병을 성공시켰다는 고사성어 이목지신(移木之信)처럼, 국가보훈 또한 그 약속한 바가 틀림없이 지켜진다는 사실이 국민들에게 명확히 인식될 때 비로소 정책의 성공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상황을 비롯한 모든 갈등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 있는 보훈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보훈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든든한 보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든든한 보훈은 그래서 모두에게 두루 존중되고 지지받으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대한민국의 핵심 정체성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지방보훈청 보훈과 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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