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선릉로 100길 1에 위치한 정릉. 조선 11대 중종의 능이다.
경기 구리시 동구릉로 197에 위치한 건원릉. 조선1대 태조의 능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국민을 위로하고자 5월 16일부터 6월 30일까지 구리 동구릉 숲길을 포함한 조선왕릉 숲길 9선을 개방한다고 밝혔다. 이 중 특히 동구릉 내 휘릉과 원릉 사이 숲길 1.4km 구간은 이번에 처음 개방하는 구간으로, 5~6월에 종모양의 흰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때죽나무가 왕릉 소나무의 초록색 빛과 어우러져 숲길의 아름다움을 더한다고 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조선의 궁궐·종묘·사직·왕릉의 효율적 보존관리와 활용을 위해 2019년 1월 1일 출범하였다. 궁능유적본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궁능문화유산의 가치 창출이라는 비전에 따라 궁궐과 왕릉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품격 있는 문화유산으로 실현하고, 원형을 복원하고 보존하여 후세에 온전히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며, 국민과 함께 누리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궁능문화재과와 조선왕릉관리소를 통·폐합하여 신설한 궁능유적본부는 2과, 9관리소 체제로 조직되어 있다.

이런 눈에 보이는 문화유산과 함께 국가유공자의 공헌과 희생으로 만들어진 우리 역사는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정신적 자산이다. 궁능유족본부처럼 이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방안을 찾는 일이 필요한 오늘이다.

국가적 기억을 보존하고 후세에 전승함으로써 사회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보훈의 핵심적 기능 중 하나로 역사인식이나 정체성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선양정책이다. 보훈에 내재된 독립‧호국‧민주의 기억을 발굴‧보존‧전승하고, 이를 국가와 사회발전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이런 선양정책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인적, 물적 또는 무형적, 유형적 형태를 막론하고 한 민족이나 국가가 경험한 사실이나 가치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충시설은 이런 선양정책을 실현하는 대표적 수단이라고 하겠다.

현충시설은 국가유공자 또는 이들의 공훈과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건축물·조형물·사적지 또는 국가유공자의 공헌이나 희생이 있었던 일정한 구역 등으로서, 국민의 애국심을 기르는 데에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이다. 현충시설은 독립운동 관련 시설과 국가수호 관련 시설로 구분된다. 이런 현충시설에는 각종 기념비, 기념탑, 기념관, 전시관, 사당, 생가 등이 포함된다.

2020년 5월 현재 기준으로 국가보훈처 현충시설정보서비스에 등록된 국내 현충시설은 2,172개소로, 이 중에서 독립운동과 관련해서는 938개소, 국가수호와 관련해서는 1,234개소가 있다. 전체 현충시설에 대한 시설별 현황을 보면, 비석이 1,088개소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탑 527개소, 동상 160개소, 장소 97개소, 기념관 84개소, 사당 54개소, 조형물 50개소, 생가 46개소, 기타 66개소 등의 현황을 보이고 있다.

현충시설 관리조직을 살펴보면, 국가보훈처는 2006년 8월 현충시설과를 설치하여 현충시설심의위원회 구성 및 개최, 건립·개·보수 지원 및 현충시설 활성화 지원계획 등 현충시설 정책총괄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21개 지방보훈(지)청에서 관내의 현충시설 관리 및 활성화 지원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2020년 현재는 보훈선양국 소속의 현충시설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현충시설과의 기능을 정리해 보면, 현충시설의 건립·지원 및 활용 등 정책의 종합기획 및 조정, 현충시설에 관한 법령의 입안, 제·개정 및 연구·발전, 국내 현충시설의 실태조사 및 개·보수 지원, 국외 독립운동 관련 시설 실태조사 및 복원·관리 지원, 현충시설을 활용한 보훈정신 고취에 관한 사항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현충시설 범주에는 국가유공자 생가 등을 포함하고 있고, 그간의 현충시설 건립 과정에서 유족 등 민간에 의하여 주도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현충시설이 한편으로는 사적인 소유물로서 개인적으로 관리되기도 하고, 지방정부 등 관리주체가 다양하여 현실적으로는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국가보훈처는 합리적인 현충시설 관리와 관련하여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며, 새로운 방안들을 계속 발굴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충시설의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에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하다. 이를 위해 현충시설의 건립, 관리, 운영, 활용 등에 관한 종합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계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법령 제정과 정비를 통해 관리·운영 주체의 업무와 역할을 분명히 하고, 예산·인력 등 자원 배분에 관한 합리적 기준과 범위를 설정하며,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관리와 활용을 위한 전담조직 설립방안 등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미등록 사적지에 대한 체계적인 발굴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미등록 시설의 경우는 관리상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훼손되거나 멸실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발굴과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필요에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신설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국적으로 많은 개소가 분포하고 있는 현충시설의 합리적 관리와 활용을 위해 현충시설본부 신설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충시설본부의 주요 업무영역은 먼저 현충시설에 대한 상시 관리와 보수기능이 될 것이다. 현충시설에 대한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통하여 관리활동을 강화함으로써 시설 훼손을 미연에 방지하는 예방적 차원의 관리활동을 수행하며,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된 훼손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보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현충시설 지정관리자에 대한 교육·훈련기능이다. 현충시설 관리자들은 대부분 전문성이 부족한 비전문가들이며, 이로 인해 관리상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그에 대한 교육 및 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세 번째로 국내외 현충시설에 대한 조사 및 발굴기능이다. 사적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현충시설의 역사적 의미를 조사·발굴하고, 현충시설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전문적인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현충시설을 통한 교육‧홍보기능 강화이다. 현충시설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국민 수요에 부응하는 현충시설 활용정책을 개발하여 보훈문화를 효과적으로 계승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방향은 궁극적으로 희생과 헌신이 존경받고 예우 받는 보훈문화를 우리 사회의 자연스러운 상식으로 정착하게 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서운석(보훈교육연구원 연구원, 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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