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보훈청이 운영하는 이동민원실. 직원들이 보훈가족의 민원에 귀 기울이고 있다.

어느새 벚꽃이 피었다가 금세 지고 있다. 꽃피는 4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이 비상인 이 시국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다. 바라보기만 해도 기운이 샘솟는 꽃 피는 봄이 지나가는 줄도 모르는 사이 봄의 한 가운데 도달했다.

공무원이 된 지 올해로 2년차. 2년 전 보훈처에 들어오면서 나라를 지킨 분들을 위해 일하게 됐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다. 지금도 그 자부심을 놓치지 않고 각 지역으로 직접 찾아가 민원을 상담하고, 접수해드리는 이동보훈팀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동보훈팀의 업무는 주로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보훈관서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보훈가족을 위해 지역의 보훈회관으로 찾아가 민원업무를 상담·접수·처리를 해드리는 ‘이동민원실’ 운영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장 친화적인 근접 민원서비스가 업무에 포함된다.

이렇게 현장을 찾아가는 민원업무를 처리하다보면 순간순간 배우고 깨닫는 것들이 많다. 보훈회관을 방문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지부회장님들을 자주 뵙게 된다. 한번은 광주에서 먼 지역의 보훈회관을 방문했을 때였다. 한 국가유공자 분이 거동이 불편한 다른 보훈가족의 민원을 대신 전하셨는데 본인 일보다 더 적극 나서서 처리해 달라 요청하셨다. 지역에 계시는 보훈가족들의 끈끈한 유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광주지방보훈청까지 거리가 멀어 받을 수 있는 보훈혜택을 신청하지 못했던 한 분은 이동민원실을 통해 보훈혜택을 받게 되자 연신 고맙다며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으셨다. 사실 인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보훈청에서 민원 업무를 처리해준 담당자인데 현장에서 보훈가족을 직접 만나는 내가 대신 인사를 받은 것이다. 그럴 때면 인사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임해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이동민원실은 주로 지역의 보훈회관 내 빈 공간에서 진행된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보훈가족과 마주하게 되는데 민원대에 가려져 있어 보훈청 사무실에서는 알 수 없었던 보훈가족 얼굴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그분들의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업무를 진행하다보면 법령과 규정을 정확하게 숙지하고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현재는 안타깝게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동보훈팀 운영도 중단된 상태다. 이동보훈팀에는 반찬제공서비스와 위문품 전달 등을 담당하는 보비스요원들도 있다. 최근 2달 정도 이동보훈팀이 현장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보비스요원들의 걱정도 늘어가고 있다. 몇 년간 이동보훈서비스를 제공하며 얼굴을 마주했던 보훈가족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보비스요원 한 분은 겨울이 되면 국가유공자 어르신 한 분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그분은 반찬을 가져드릴 때마다 ‘수고가 많다’며 손을 꼭 잡아주셨는데 유난히 시린 겨울에는 따뜻했던 그 온기가 자꾸만 떠오른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 보훈회관 측과 연락하면서 많은 보훈가족들이 이동민원실 운영 재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분들의 답답함을 해결해드리기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이 비상시국을 넘어 지역 보훈회관을 향해 이동보훈차량이 달리는 날을 기대해 본다.

광주지방보훈청 복지팀 김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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