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광주에 공수부대가 투입되기 전 평화로운 한 때를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 민주화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던 시기. 평범한 학생이고 시민이었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외쳤던 민주화를 향한 강렬한 염원은 지금도 우리의 삶과 함께 하고 있다. 우리 역사와 시민들의 가슴에 깊숙이 새겨진 민주운동의 역사들. 이제는 세월이 흘러 역사의 한 장면이 된 그날의 기억들은 문학, 공연, 영화로 재탄생해 그 시대를 지나왔던 이들에게는 그날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는 보통사람들의 피땀으로 뜨겁게 쟁취해낸 민주화의 의미를 가슴 저리게 전달하고 있다. 오늘 영화로 그 뜨거움을 마주한다.

 

#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2017년)

1980년 5월, 홀로 어린 딸을 키우는 택시운전사 만섭이 우연히 식당에서 외국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다녀오면 거금을 준다는 얘기를 듣고 길을 나서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5·18민주화운동을 취재하기 위해 광주에 잠입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실제로 광주로 향했던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민주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만섭. 영화는 일신의 안위를 위해 억척스럽게 살던 평범한 택시운전사가 5·18민주화운동의 한복판에 갑작스럽게 던져지게 되면서 금남로의 참극을 마주하게 되고 점차 변하게 되는 모습을 그렸다.

유혈이 낭자하는 시위 가운데 연대하는 시민들의 모습, 터질 듯한 긴장 가운데 그들이 나누는 소소하고 사람 냄새나는 유머가 더욱 실감난다.

외신기자와 택시운전사의 눈을 통해 보는 광주민주화운동, 그 뜨거움으로 인내하는 영화는 오늘 우리에게 광주와 5·18민주화 운동의 핵심으로 다가가게 해준다.

 

# 변호인(양우석 감독, 2013년)

“세상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바위는 죽은 기고 계란은 살아있는 기다. 계란은 언젠가 바위를 뛰어넘을 기라고. 난 절대 포기 안 한다.”

이 영화는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당시 실제 있었던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9월 공안 당국이 부산에서 사회과학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당시 불온서적으로 규정됐던 ‘역사란 무엇인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등을 학습했다는 이유로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감금하고 잔혹하게 고문한 용공조작사건이다.

영화에서는 성공한 세무 변호사가 우연한 계기로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학생의 변호를 맡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모두가 변호를 맡기 꺼려하는 상황에서 엉겁결에 변호를 맡게 되면서 세속적 성공만을 쫓던 변호사가 민주투사로 변하는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의 그의 변론은 진정한 국가란, 정의란 무엇인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 1987(장준환 감독, 2017년)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배경으로, 군부정권 아래 벌어진 참극과 이에 얽힌 진실을 제대로 알리고자 애썼던 각각의 사람들의 연대가 돋보이는 영화다.

군부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을 반공이라는 이름 아래 무참히 짓밟고, 비인권적인 고문과 협박이 난무하던 시대 상황과 사건을 최대한 사실 그대로 그려냈다.

이 영화는 특정한 한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방식을 탈피해 여러 인물들로 중심을 옮겨가며 사건을 조명하는 연출을 선보인다. 이는 6월 항쟁에 나섰던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메시지를 극대화한다.

영화는 민주화운동이 가장 치열하고 뜨겁게 타올랐던 1980년대를 그린다. 영화는 ‘나’와 ‘너’가 만나 ‘우리’가 된다는 것을, 연대의 힘은 크고 강하며 결국 역사를 바꿔낸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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