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모든 환경에는 미생물이 존재합니다. 다양한 미생물들이 복잡한 상호 관계 속에서 생태계를 이루고 있으며 우리 몸도 예외는 아닙니다. 입안, 콧속, 손, 발을 비롯한 전신의 피부, 장 등 전신에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인간 세포 수의 총합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의 미생물이 인체 내에 존재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장에 존재하며 수많은 장내 미생물 중 가장 많은 것이 바로 세균입니다.

최근 많은 연구를 통해 건강한 사람과 질병을 가진 사람의 장내 세균 조성에 차이가 있음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특히 노화, 당뇨, 비만, 암, 각종 스트레스성 질환, 염증성 장 질환 등이 장내 세균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이들 장내 세균이 인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장내 세균은 유익한 기능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에너지를 생산합니다.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 중 약 10%는 장내 세균의 발효에 의해 얻습니다. 둘째, 장의 운동과 소화 흡수를 돕습니다. 셋째, 병원균에 대한 방어를 합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과 경쟁하고 항생 물질을 분비해 이들의 장 표면에 부착 및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넷째, 면역을 활성화합니다. 인간의 면역 시스템을 교육하고 단련시켜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죠. 다섯째, 암과 관련된 효소 활성을 억제하고 발암 물질을 분해하기도 합니다.

균형 잡힌 식단, 장내 유익균 증식

장내 세균 중 건강에 유익한 미생물을 프로바이오틱스라고 부릅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하는 경우 암, 심장질환, 우울증, 간질환, 항생제 유발 장염, 염증성 장 질환, 천식, 자가면역질환, 노화, 비만 등의 질환에 예방 및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질환에 이 장내 세균들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향후 장내 세균에 대한 제어가 가능해지면 21세기 새로운 의료 혁명이 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장내 세균의 조성은 유전적인 요인 외에도 식습관과 항생제 사용, 병원균 감염, 스트레스와 같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변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식습관이 큰 역할을 하는데,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서구식 식단이 보편화되면서 동물성 지방과 당을 과다하게 섭취하고,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의 섭취가 감소했습니다. 이와 같은 영양 불균형은 유해한 장내 세균의 증식을 촉진하여 장 건강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한 뼘 더 건강한 내일을 위해 오늘부터 고기와 설탕을 줄이고 채소를 좀 더 늘려보는 것이 어떨까요.

함남석 중앙보훈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 wkguts@bohu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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